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내년 4월까지로 연장됐고 모기지 시장 금리는 3주만에 다시 5%를 밑돌고 있다. 특히 지난 달 미국 주요도시의 주택재고가 감소세를 기록,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고 있다.
그러나 흥분은 금물이다. 개선되는 지표 이면에는 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라는 지적이 여전하다.
◇ 주택재고 감소..그 실상은
5일(현지시간) 부동산 중개업체 집리얼티(ZipRealty)에 따르면 미국 27대 도시에서 매물로 등재된 주택재고가 10월들어 전월비 2.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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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3일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발표한 9월 잠정주택판매도 전월비 6.1% 증가하며 8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잠정주택판매는 `사겠다`고 계약서에 사인한 상태의 판매를 집계한 것으로 1~2개월 후 주택시장의 선행지표가 된다.
그러나 이들 지표의 이면에는 함정이 도사린다. 정부의 `생애 첫 주택 세지원`이 11월말로 종료된다는 생각에 구매 시점을 앞당겨 서둘러 집을 계약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을 노린 수요가 일시에 몰린 만큼 향후 실질 수요는 그만큼 둔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구나 미 의회가 주택 세제지원을 내년 4월까지 연장한터라 구매자 입장에선 서두를 이유가 없어졌다. 집값이 좀 더 빠지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늘면서 향후 주택지표 개선세는 다시 주춤해질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미국 주택경기의 실상은 지난달 28일 발표된 9월 신규주택판매 지표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미국의 9월 신규주택판매는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월비 3.6%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 모기지 금리의 향방
미국의 주간 모기지 금리가 3주만에 다시 5% 밑으로 내려섰다.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한주간 모기지 평균금리(만기30년 고정금리기준)는 전주대비 0.05%포인트 하락한 4.9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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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라는 숫자는 최근 부동산시장내 모기지 이용자들에게 심리적 분수령이 돼 왔다. 30년짜리 모기지 금리가 5%를 넘어서면 모기지 차환 및 신규 이용을 꺼리는 심리가 고조됐고 5%를 밑돌면 그 반대였다. 프레디맥의 프랭크 노타프 부사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낮은 금리는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고 신규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이후를 생각하면 모기지 금리여건을 낙관할 수 없다.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회복세를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당분간 저금리 추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 기준금리와 이에 연동된 국채금리 MBS(모기지담보증권)금리, 모기지 금리는 앞으로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특히 그간 모기지금리 안정에 기여했던 연준의 MBS매입은 내년 3월말로 종료된다. 캘큐레이티드 리스크에 따르면 연준 MBS 매입은 시중 모기지 금리를 평균 0.35%포인트 이상 끌어내리는데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연준의 지원 종료가 예정된 상황에서 향후 모기지 금리는 적어도 0.35%포인트 이상 더 오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 상업용 부동산 위기는 `이제 시작`
주택시장은 그나마 최악의 시기를 지났다. 그러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전문 대출사 캡마크 파이낸셜이 상업용 모기지의 부실로 파산보호를 신청한데 이어 지방 은행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포어사이트 어낼리틱스에 따르면 상업용 모기지 관련 총 부실 규모는 1100억달러에 이른다. 반면 해당 자산에 대해 은행들이 쌓아 둔 충당금은 400억달러 정도로 부실자산에 대한 커버리지 비율이 3분의1 정도에 그치고 있다. 포어사이트의 분석대로라면 위험에 처한 나머지 7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은 무방비 상태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상업용 모기지의 위험은 고조되고 있는데 비해 은행들의 대비는 부실해 향후 제2차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