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원석기자] SK텔레콤(017670)의 재무정책 변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후 줄곧 차입금 상환기조를 이어왔던 SK텔레콤이 `차입증가-투자확대`로 재무정책 방향을 선회하는 듯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하나로텔레콤 인수 등 각종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자금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금융업계와 회사측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회사채 4000억원(7년, 10년만기) 발행을 추진하는 동시에 해외 투자은행(IB)를 통해 10억달러 가량을 론(loan) 형태로 차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0억달러 가량의 해외차입을 추진하는 것은 SK텔레콤 창사 이후 최초다. 회사채 4000억원을 발행하는 것 역시 한회 차 발행량으로는 2000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 2003년 이후 차입금↓, 현금흐름↑.."매출 대비 투자 축소"
SK텔레콤은 지난 2003년까지 차입금이 증가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감소하는 추세를 나타냈다. 2003년말 4조9000억원대에 이르렀던 총 차입금은 지난해(3분기 기준) 3조4000억원 수준까지 축소됐다. 4년 사이에 차입금이 1조5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2004년 7000억원에 머물렀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2년까지 대규모 시설투자를 확대했던 SK텔레콤이 2003년을 기점으로 투자규모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2년까지 40%대를 넘어들었던 매출액 대비 투자 비중은 지난해 2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시설투자 비중은 같은 시기 22%에서 10% 수준까지 축소됐다.
공모 회사채 발행 추이 역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3조93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지만, 같은 시기 발행액은 3조원에 그쳤다. 만기가 돌아오는 것보다 적은 규모로 발행하며, 사실상 상환기조를 유지했다고 볼 수 있다.
◇ 회사채 발행 증가· 대규모 해외차입 추진.."공격적 재무정책으로 선회?"
하지만 이 같은 안정적인 재무정책 기조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회사채 발행기조가 바뀌고 있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은 엔화표시 채권 125억엔과 원화표시 채권 2000억원을 발행하며, 2004년 이후 최초로 만기규모 이상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이뤄질 경우, 2003년 이후 최초로 만기 도래액을 초과해 발행하게 된다.
여기에 최근 SK텔레콤이 론(lona) 형식으로 10억달러 차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안정 위주였던 재무정책이 공격적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2003년 이후 투자를 축소시키며 늘어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차입금을 축소시키는 등 안정성을 강조했던 SK텔레콤의 재무정책이 선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차입금이 1조5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만큼 여력이 생겼기 때문에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하나로텔 투자· 해외 M&A 추진 추정.."장기 성장 동력 확충 위해"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이 같은 행보를 하나로텔레콤 인수 이후 증가할 각종 시설투자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미국의 통신회사 스프린트넥스텔 M&A를 시도했고, 최근 미국의 인터넷기업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해외 M&A를 추진하기 위한 자금조달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한 증권사 IB부분 종사자는 "SK텔레콤이 해외법인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상태"라며 "지속적으로 자금수요가 증가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언급했다.
다만, 이같은 이유로 차입금이 증가하더라도 유동성 상황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며, 오히려 장기 성장성 등을 감안할 때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국내 시장 수요만으로는 SK텔레콤의 장기적인 성장 여력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뚜렷하게 존재한다"며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는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차입금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신용도가 우수해 대부분의 차입금 만기를 장기(7~10년)로 구성했기 때문에 유동성 부담이 증가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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