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경쟁에서 한국의 시계가 너무 느리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수천 대 규모의 무인 로보택시를 실제 도로에서 굴리며 데이터를 쌓고 있다. 웨이모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주당 수십만 건의 유료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국 바이두 아폴로고 역시 우한 등지에서 대규모 무인 택시를 상용 운행 중이다. 반면 국내 완전자율주행 택시는 아직 손에 꼽을 수준이다. 정부가 자율주행 강국을 외치지만 현장의 속도 차는 너무 크다.
자율주행은 결국 데이터 산업이다.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많이 달리고, 얼마나 다양한 돌발상황을 겪고, 그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느냐가 기술력을 좌우한다. 미국 중국 업체들이 수천 대를 굴리는 동안 한국이 불과 19대의 실증 차량에 머문다면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시험주행 몇 번 하고 시범지구 몇 곳 선정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답답한 것은 기술보다 낡은 제도가 발목을 잡는다는 점이다. 무인 택시 확대 때마다 기존 택시업계 반발과 각종 인허가·운송사업 규제가 부딪친다. 기존 산업 보호를 이유로 새로운 기술의 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다면 결국 고급 일자리와 산업을 잃을 수 있다. 자동차를 억지로 막고 마차를 보호했던 영국의 ‘적기조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자율주행은 단순히 택시 업종의 문제가 아니다. AI·반도체·센서·지도·통신·자동차·보험이 결합한 미래산업이다. 현대차 같은 완성차 기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한국 AI 산업 전체의 데이터 축적과도 직결된다. 미국과 중국이 먼저 대규모 상용화 경험을 쌓으면 차량용 AI와 운영 플랫폼, 보험·물류 표준까지 그들이 선점할 공산이 크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자율주행 운행지역을 대폭 넓히고, 안전기준을 충족한 기업에는 실제 승객을 태운 유료 무인 운송을 과감히 허용해야 한다. 사고 책임과 보험 기준은 명확히 만들되 사전규제로 기술을 묶어서는 안 된다.
AI 시대의 경쟁은 누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주춤거리는 사이 경쟁국은 지금도 도로에서 부지런히 데이터를 쌓는다. 한국이 자율주행 강국이 되려면 두툼한 연구계획서가 아니라 더 많은 차량이 실제 도로를 달려야 한다. ‘한국형 적기조례’를 경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