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CEO 불러모은 금감원…“시장 변동성 대응·내부통제 실시 당부”

박순엽 기자I 2024.12.05 08:00:00

금감원, ‘전 증권사 대상 긴급현안 간담회’ 개최
“국내외 추가 충격 시 금융 시스템 리스크 전이 우려”
증권사 잇따른 사고에 CEO 중심 내부통제 관리 요청
과도한 단기실적 이끄는 ‘성과 보수 체계 재설계’ 요구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비상계엄 선포·해제 등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증권사의 대비상황을 점검하고, 자본시장 핵심 플레이어로서 증권사의 금융시장 안정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선제 대응을 당부했다. 또 대외적 리스크 관리를 위해 증권사들에 내부통제와 인센티브 구조의 적정성을 재점검하라고도 요구했다.

◇“CEO 중심으로 종합 컨틴전시 플랜 마련해야”

금감원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대회의실에서 국내 모든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긴급 현안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부원장과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36개 증권사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감원은 우선 최근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한 국내외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유출은 비교적 제한적이고, 국채선물을 순매수하는 등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 선진국 증시와는 달리 한국 증권시장의 체력이 어느 때보다 약화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내외로부터 추가적인 충격이 가해질 시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사가 증권시장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CEO를 중심으로 유동성·환율 등 리스크 요인별 시장 상황 급변 등에 대비한 ‘종합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금융감독당국과의 긴밀한 협조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 변동성 대응 역량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투자자 보호에 소홀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상 거래 적출 등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철저한 내부통제를 시행하라고도 당부했다.

◇‘내부통제 강화’에 ‘성과 보수 체계 재설계’도 요청

이날 금감원은 최근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신한투자증권 LP 운용 손실 사건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사건들이 연이어 등장한 데엔 증권사들의 부실한 내부통제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에 금감원은 본부장 등 책임자에 의한 ‘수직적 내부통제’와 리스크·준법 등 관리부서에 의한 ‘수평적 내부통제’의 관점에서 감시와 견제 적정성을 CEO 책임 아래 정밀 점검하라고 요청했다.

특히, 증권사 컴플라이언스·감사 업무 담당 직원의 기업금융(IB) 부문 경력 비중은 1~2%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최근 금융사고와 불법행위가 집중되고 있는 IB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역량 강화에도 관심을 두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또 증권사의 단기실적 중심의 성과 보수 체계가 과도한 리스크 추구를 유발한다고 수차례 지적해왔으나 단순 헷지업무 부서에 고유투자(PI) 부서와 같은 성과체계를 적용하면서 신한투자증권 LP 운용 손실 사건과 같은 과도한 투자거래가 재차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성과 보수 체계가 부서 업무목적과 무관하게 과도한 수익과 리스크를 추구하도록 설계돼 있는지 CEO 차원에서 재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며 “업무 단위별로 본연의 업무 목적에 들어맞는 방식으로 성과 보수 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권사가 기업공개(IPO) 주관업무 등 수행과정에서 고객과의 정보 비대칭 등을 악용해 발행회사 또는 증권사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공모가격 부풀리기·중요 사실 부실 기재·상장 직후 대량 매도·공개매수제도 악용 등의 행위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해당 행위가 투자자와의 이해 상충 관리 의무를 게을리하거나 주관사의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될 시엔 엄중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본시장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증권사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 ‘CEO 레터’ 통해 업계와 소통 예정

이에 증권사 CEO들은 비상 대응 계획에 따라 주식시장 급락, 급격한 자금 인출 등에 대비하고 리스크 관리와 모니터링 강화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와 관련해 증권업계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내부통제와 성과평가 체계를 전사적인 차원에서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금융 투자 상품 판매·중개 등 업무 프로세스 전 과정에서 증권업자로서 투자자 이익을 우선하고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영업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한편, 금감원은 증권사와 함께 철저한 위기 대응 태세를 갖추고 투자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앞으로 자본시장과 관련한 긴급현안 사항 발생 시 ‘CEO 레터(Letter)’(가칭)를 통해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하고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스태프(Staff) 레터’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금감원이 금융사 CEO와 컴플라이언스 이슈 등에 대해 직접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2025년도 검사업무 핵심과제로 증권사의 리스크 취약 부문에 대한 내부통제 운영의 적정성을 강도 높게 점검해 증권사의 내부통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