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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괴롭힘 신고 급증…“기업, 법적책임 범위 확대 주목해야”

성주원 기자I 2024.10.27 16:03:30

노동사건 전문 김소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직장내괴롭힘 신고 1만건 돌파…기업 대응 시급
파견직까지 확대…"하급자의 괴롭힘도 인정"
비밀유지 위반으로 배상…"조사·인사 주의해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직장 내 괴롭힘 제도가 2019년 7월에 도입된 이후 신고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1만건을 넘었다.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의 업무가 마비된다는 말이 실감이 될 정도다.”

김소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 제공.
노동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김소영(사법연수원 40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지난 2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최신 동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이 확대되고 신고 건수도 급증하고 있다면서 기업의 체계적인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파견 근로자에 대한 사용사업주의 책임은 물론 직원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괴롭힘 관련 사용자책임도 인정될 수 있다”며 “하급자의 상급자에 대한 괴롭힘 역시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실무상 많은 문제가 되는 ‘업무 실수에 대한 질책’의 업무상 적정성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질책의 정도와 방식, 업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권역외상센터의 특수성을 고려해 수습 간호사에게 5시간 동안 대기를 지시한 것은 업무상 적정성을 넘지 않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의 책임 범위는 넓어지고 있다. 김 변호사는 “회사의 조사 등 의무 위반 시 과태료, 형사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가능하다”며 “특히 최근 비밀유지 의무 위반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법원은 ‘누가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도 회사 직원이 한 것은 분명한 경우 회사가 사용자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손해배상 의무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조사 절차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피해자의 의사를 명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다면 약식 조사만 진행해도 무방하지만, 원하지 않는 이유가 회사를 믿지 못해서라면 제3의 조사기관 등의 방식으로 최대한 법률이 정한 조사 절차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조치와 관련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징계 및 분리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은 가해자를 복귀시키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팀장에서 팀원으로 전보됨으로써 보수가 감소하고 직책이 변경되는 사정은 있지만, 이는 감수할 만한 생활상 불이익이라고 법원이 판단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2) 악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유사 사안에 대한 판례에 비춰볼 때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 제도를 악용하는 경우에도 징계 사유로 인정할 만한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은 신중하게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징계사유 등 관련 규정도 정비할 필요가 있고, 뚜렷한 자료도 없이 사실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왜곡해서 진정 등을 남발했다는 것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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