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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조업 '新 패권전쟁' 와중에…갈 길 잃은 韓(종합)

김정남 기자I 2018.09.16 15:26:11

韓 제조업 부가가치 증가율 3.7%P↓
금융위기 이후…선진국과 달리 악화
'철(鐵)·전(電)·차(車)' 동시에 고장나
지식집약업 고용 창출력 22% 불과
"국가 차원서 관련 인프라 구축해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완성차 부품제조업체 보쉬의 스마트팩토리에서 직원들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출처=보쉬 미디어 서비스 홈페이지, 기획재정부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제조업이 ‘한물간 산업’으로 치부되던 때가 있었다. 굴뚝산업은 부가가치가 낮은 후진국형 산업이며, 중국 혹은 베트남처럼 인건비가 싼 곳에서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제조업을 보는 눈이 바뀐 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서다. 독일 정부가 2010년대 들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는 게 대표적이다. 전통 제조업에 IT시스템을 결합한 ‘지능형 공장(스마트 팩토리)’이 그 골자다. 예컨대 의료기기 제조업체 지멘스는 이 정책에 따라 기존 공장을 모두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했다. 2차 산업혁명 때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으로 생산성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포디즘’에 비견할 변화다.

독일이 청사진을 그리자 미국과 일본이 합세했고, 뒤이은 중국의 ‘제조 2025’는 중국판 인더스트리 4.0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제조업 ‘신(新) 패권전쟁’이라 할 만하다.

세계적인 제조업 회귀는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에 기회다. 그런데도 국내 제조업 경쟁력이 갈수록 뒤쳐진다는 분석이 나와 우려된다. 선진국처럼 국가 차원의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철(鐵)·전(電)·차(車)’ 동시에 고장나

1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 등의 통계를 활용해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연평균 총부가가치 증가율은 2002~2008년 7.5%에서 2010~2016년 3.8%로 하락했다. 그 폭은 3.7%포인트다. 부가가치 창출의 둔화는 곧 산업 경쟁력 약화와 직결된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주력 제조업의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력 업종들의 둔화가 눈에 띈다. 1차금속(철강 등)의 부가가치 증가율은 2001~2008년 10.3%에서 2009~2015년 3.2%로 고꾸라졌다. 전기전자와 운송장비 쪽도 각각 2.6%포인트, 3.9%포인트 급락했다. 우리 경제를 먹여살렸던 이른바 ‘철(鐵)·전(電)·차(車)’가 일제히 고장난 것이다.

선진국은 달랐다. 같은 기간 독일의 경우 2.7%에서 3.9%로 1.2%포인트 상승했다. 일본(0.6%→1.4%)도 0.8% 올랐으며, 미국(3.5%→3.0%)은 0.5%포인트 떨어진데 그쳤다. 제조업을 포함한 전(全)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도 비슷했다. 우리나라가 2.1%포인트 하락하는 사이 독일과 일본은 각각 1.0%포인트씩 상승했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고부가산업 비중도 정체됐다. 특히 중국은 35.2%(2016년 기준)의 비중으로 34.6%에 머문 우리나라를 따라잡았다. 최근 몇년새 제조 2025 전략을 전사적으로 추진한 결과다. 고용 창출력도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고용 중 지식집약 직중의 고용 비중이 21.6%(2016년 기준)다. 2013년 22.4%를 기록한 이후 계속 축소되고 있다. 반면 독일(43.5%)과 미국(38.0%) 등은 최근 몇 년 상승세를 타며 40% 안팎(2016년 기준)까지 올라섰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한 주요 제조 강국들의 연평균 총부가가치 증가율 비교다. 우리나라는 이 기간 제조업이 3.7%포인트 하락한 반면, 독일과 일본은 각각 1.2%포인트, 0.8%포인트 상승했다. 전(全)산업의 경우에도 우리나라가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출처=현대경제연구원, OECD, 한국은행


◇“국가 차원서 관련 인프라 구축해야”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고부가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시급하다”며 “국가 차원에서 고부가화의 핵심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와 달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새로운 기술과 함께 지식재산권 확보도 필요한 만큼 웬만한 기업 차원의 대응은 불가능하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핵심 기술에 필요한 자원을 국가가 제공·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며 “산업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보유한 해외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검토할 때라는 목소리도 있다.

<용어설명> 인더스트리 4.0

독일은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경쟁이 더 심화할 것에 대비해 2010년대 들어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완전한 자동생산체제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전통 제조업에 IT시스템을 결합한 이른바 스마트 팩토리다. 모든 작업 과정이 사람 없이 통제되는 만큼 저(低)인건비를 앞세운 신흥국의 도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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