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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CJ헬로-하나 조건부 승인..유료방송 M&A길 열리나

김상윤 기자I 2017.12.25 12:06:18

물가상승률 초과 가격 인상 금지 등 조건
인수효과 제한한 교차판매 금지 제외돼
M&A가로막힌 CJ헬로..최소한 숨통 트여
IPTV 급성장에 시장변화 반영 못한 한계도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J헬로(037560)의 경남지역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하나방송’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지난해 IPTV업체인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의 ‘메가톤급’ 합병 부결로 이번 인수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가격인상 제한 등 조건을 부여하면서 인수를 승인했다.

특히나 인수효과를 제한하는 위탁(교차)판매 조건은 최종적으로 제외된 터라 CJ헬로 입장에서는 다시 덩치를 키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IPTV업계와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가격인상 금지 등 조건…위탁판매금지는 제외

공정거래위원회는 CJ헬로의 하나방송 주식취득 건을 심사한 결과, 경상남도 창원시(마산합포구, 회원구) 통영시, 거제시, 고성군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일부 조건을 부과하고 인수를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밝혔다.

CJ헬로는 해당지역에서 하나방송과 과점시장을 형성하며 디지털케이블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인터넷 전화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유료방송사업자다. CJ헬로의 하나방송 인수로 해당지역 유료방송 점유율은 53.53%(2016년말 기준)로 2위사업자인 KT(030200)-KT스카이라이프(053210)와 격차가 21.98%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되면서 시장 경쟁이 줄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경남지역 유료방송 점유율 현황


이에 공정위는 2년간 △물가상승률 초과하는 가격 인상 △단체가입 거부 및 일방 해지 통한 인상 △특정 고가 상품만 정보 제공 △아날로그가입자의 디지털방송 강제 전환 등을 금지하는 조건을 부과했다. 과거 공정위는 3~5년간 조건을 부과한 것을 감안하면 조건 수준이 완화된 셈이다.

특히나 공정위 사무처에서 올린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와 달리 9인의 위원이 심의하는 전원회의(법원격) 과정에서 위탁판매 조건은 최종적으로 제외됐다. 위탁판매금지는 하나방송과 CJ헬로 상품을 양사에서 각각 따로 팔아야 한다는 얘기다. CJ헬로는 하나방송 영업망을 통합하면서 영업이나 AS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 인수를 추진했다. 이 조건때문에 인수 실익이 떨어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 컸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위탁판매금지를 부과할 경우 합병은 쉽게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최종적으로 위탁판매금지 조건이 빠진 만큼 CJ헬로는 조만간 합병 심사 요청을 다시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미 모든 상품을 홍보해야하고, 가격인상 제한도 부여한 터라 별도로 교차 판매 조건을 부과할 의미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마케팅 비용 절감 등으로 가격 인하 여지가 있어 소비자 후생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도 “공정위가 위탁판매 금지한 것은 향후 합병 자체를 금지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지만, 합병 자체를 금지할 만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해당 권역에서 IPTV점유율이 이미 빠르게 증가하면서 SO간 합병을 금지할 만한 경쟁제한성은 크지 않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료방송 전국 기준 점유율. 2016년 3월말 기준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시장 무시했다는 지적도

하지만 공정위가 SO간 합병에 조건을 부과하면서 승인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SO 경우 방송법에 따라 해당권역내 규제를 받고 있지만, IPTV와 위성방송은 전국구를 대상으로 차별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런 규제 환경 속에서 SO가 지역별 쿼터에 막혀 M&A가 늦어진 반면, IPTV는 막강한 통신사의 자본력을 앞세우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경남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은 SO가 높지만, 전국구로 KT·KT스카이라이프(29.8%·2016년3월말 기준)의 시장점유율이 CJ헬로(13.3%)보다 두배 이상 높다. 이미 IPTV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촉발되고 있는데 SO시장만 보고 판단을 내리기에는 공정위의 해석이 지나치게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는 지난 2016년 공정위가 SK브로드밴드와-CJ헬로 합병을 부결한 기준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전원회의 과정에서 공정위의 인식 변화도 엿볼 수 있었던 점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평가된다. 김성하 상임위원(주심)은 “SO사업자는 별도 지역 구역으로 보는 것은 맞지만, IPTV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앞으로 SO와 IPTV간 점유율 역전현상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 획정 등은 다시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곽세붕 상임위원도 “해당지역내 SO의 점유율은 높긴하지만, 통신사가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고, 기간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경쟁압력이 충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향후 SO간 합병이 또 이뤄질 경우 현재보다는 개선된 조건으로 승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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