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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투자했더니 결국 반토막"…투자자들 `발만 동동`

안혜신 기자I 2016.01.10 12:30:00

ELS 19개 녹인구간 진입..총 투자액 7000억 추산
中주식펀드도 20~40%씩 손실.."무조건 저가매수 자제"

[이데일리 안혜신 송이라 기자] 서울에 사는 김성자(59·가명)씨는 지난 2007년 펀드 광풍에 동참해 5000만원을 중국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펀드 수익률은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원금 회복만을 기다리던 김씨는 지난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000선을 넘길 때 가까스로 4600만원까지 만회했지만 작년 8월에 이어 올 연초부터 중국증시가 급락한 탓에 펀드 원금은 다시 2600만원대로 뒷걸음질쳤다. 10년째 장기 투자는 반토막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이민수(63)씨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고민하다 증권사 직원 권유로 작년 중국 투자에 발을 디뎠다. 상하이지수가 이제는 상승추세에 들어섰고 추가 하락 위험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불안감에 망설이던 이씨는 작년 11월 더 이상 지수가 빠지진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중국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었다. 그러나 평온한 흐름을 보였던 상하이지수는 새해 폭락하며 무너졌다. 손 쓸 틈도 없이 이씨 투자금은 불과 두 달만에 반 이상 날라갔다.

정초부터 중국 증시가 요동치면서 중국 투자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숨소리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중 지난 7일 현재 녹인(Knock-in·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공모형 ELS는 총 19개였다. 이들 상당 수는 지난해 4월 H지수가 1만4000선까지 올랐을 때 발행된 것으로, 발행금액만 214억원이다. 현재 금융투자업계는 녹인구간에 진입한 ELS가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는 40조원을 훌쩍 넘는다.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한 번이라도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조기 상환은 물론 만기시 원금 손실 가능성도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H지수가 추가로 하락하면 추가로 녹인 구간에 진입하는 ELS가 늘어나게 되고 손실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만약 3년짜리 ELS 만기가 몰리는 2년 뒤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된다.

중국 주식형펀드도 처참한 수준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월12일 상하이지수가 연고점(5178.19)을 찍은 이후 중국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20~40%에 이른다. 이 기간중 수익률이 낮았던 상품은 대부분 지수 변동폭보다 2배씩 수익률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였다. ‘한국투자KINDEX중국본토레버리지CSI300상장지수(주혼-파생)(합성)’가 -59.68%, ‘미래에셋TIGER차이나A레버리지상장지수(주혼-파생재간접)(합성)’가 -59.61%의 손실이 났다. ‘삼성KODEX China H레버리지상장지수[주식-파생]’ 역시 -58.39%의 손실을 내면서 반토막이 났다. 이 기간 가장 선방한 펀드인 ‘신영차이나밸류플러스자(주식)Class C1’도 10.75% 손실을 보고 있다.

문제는 상하이지수가 고점을 기록한 이후로도 중국 주식형펀드로 낸 투자금이 상당 규모라는 점이다.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펀드는 6월부터 12월까지 총 1452억원이 들어온 ‘ 신한BNPP중국본토RQFII자 1(H)[주식](종류A1)’다. 이 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29.68%였다. 단순하게 놓고 보면 6월 이후 들어온 투자자는 30% 가까운 원금 손실을 본 셈이다. 지난해 6월부터 꾸준히 자금이 유입, 520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던 ‘KB통중국고배당자(주식)A클래스’도 이 기간동안 22.23%의 손실을 내는 등 대다수 중국 주식형펀드 상황은 비슷하다.

조성호 삼성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중국증시는 당분간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지수가 떨어졌다고 무조건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기보다 보수적으로 나서는 편이 좋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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