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은행장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김 회장은 외환 노조와 조기 통합에 합의한 뒤로 줄곧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초대 통합은행장이란 상징성도 크지만 앞으로 막중한 역할을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통합은행의 목표로 ‘최고의 글로벌 은행’과 ‘일류화 은행’을 제시했는데 통합은행장은 저금리·저성장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속에서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조직을 안정화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현재 통합은행장 후보는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 충청영업본부 총괄 부행장으로 좁혀진 양상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병호·김한조 행장 가운데 한 명이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함 부행장 등 의외의 인물이 ‘깜짝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우선 단순 통합이 아닌 화학적 결합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에서 정통 ‘외환맨’인 김한조 행장이 우세할 것이란 시각이 있다. 외환 노조에 자진사퇴 압박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1년여 간 통합 논의과정에서 합의의 토대를 닦은 공(功)을 무시할 수 없지 않겠냐는 얘기다.
통합 논의에서는 한발 비켜나 있었지만 김병호 행장도 지난 2월 취임 후 하나은행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은행권에서 최연소(54세) 행장이긴 하지만 재무와 전략에 밝아 통합은행장으로 손색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회장과 같은 서울은행 출신인 함 부행장은 능력과 인품 등 여러 면에서 조직의 신뢰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은행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영업력을 검증받은 사람이 적합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화합적 통합 등 합병 후 과제 ‘산적’
하나금융은 계획한 통합은행 출범까지 3주 정도 남은 상황에서 부서 재배치 계획 등 사전 준비가 가능한 사안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 본인가 승인이 나는 대로 각각의 은행 건물에 흩어져 있던 부서를 외환은행 본점 건물로 모을 예정이다. 단 전산통합은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삼고 있다. 애초 내년 2월 설연휴를 전산통합 기일로 계획했지만 최근 하나카드 전산장애 등 문제가 발생한 점을 고려해 시간을 두고 엄격한 안정화 작업을 거치기로 한 상태다.
통합은행 출범으로 리딩뱅크 경쟁에 가세할 발판은 마련했지만, 두 은행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수익 개선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 2분기 각각 1.37%, 1.44%를 기록했는데 신한은행(1.5%), KB국민은행(1.61%), NH농협은행(2%) 등 경쟁사보다 낮은 수준이다. 올 상반기 순이익도 하나은행은 5606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하는데 그쳤고 외환은행은 2313억원으로 27.6% 감소했다.
합병과정에 양 은행 직원간의 화합적 통합을 시급히 이룰 수 있을지가 합병 후 큰 과제다. 양 측 직원 사이의 감정의 골이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이질적인 조직문화를 융합해 조직적인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현 경영진과 앞으로의 통합 은행장의 숙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합은행의 출범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 수익성을 높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