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종원 기자]국내 연구진이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성마비 환자 치료에 성공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줄기세포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태 이후 침체기를 겪었던 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면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주도
줄기세포(stem cell)는 스스로 증식하는 재생 능력과 여러 조직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세포로 ‘만능세포’라고도 불린다. 줄기세포의 분화 능력을 이용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에 응용하는 것이 줄기세포 치료의 기본 원리다.
초기에는 황우석 박사로 대표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논문조작 파동, 여성의 몸에서 수정란을 채취하는 윤리적 문제, 암 발생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현재는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성체줄기세포는 제대혈, 골수, 지방세포 등으로부터 추출한 줄기세포로 배아줄기세포보다 분화능력은 떨어지지만 윤리적 문제에서는 자유롭다.
일본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역분화 줄기세포는 유전자 등을 조작해 이미 분화된 체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아직 연구 초기 단계다.
◇ 난치병 치료 가능성 제시
이번에 발표된 분당차병원 김민영 교수팀의 연구는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뇌 손상에 줄기세포 치료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김 교수는 뇌성마비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제대혈(분만시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주사해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6개월 후 뇌성마비 환자는 운동능력 뿐 아니라 인지능력이 뚜렷이 향상됐다. MRI 촬영에서도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을 담당하는 뇌 부위의 세포 밀도가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김 교수는 “뇌성마비 환자는 뇌 신경의 수가 감소해 있는데 줄기세포 주사 이후 세포 밀도 증가와 뇌의 활성화를 확인했다”면서 “혼자 기어 다니거나 앉아 있지도 못하던 환아들이 기거나 혼자 앉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는 난치성 질환에 새로운 희망을 제기하고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 버거씨병, 척수손상, 크론병, 노인성 황반변성증으로 인한 실명 등 현대의학으로는 치료가 어려운 분야에서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하다.
◇ 치료제 3종 국내 출시
현재 국내에는 줄기세포 치료제 3종이 출시됐다. 급성심근경색치료제인 파미셀의 ‘하티셀그램-에이엠아이’가 지난 2011년 7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인 메디포스트(078160)의 ‘카티스템’과 크론병 치료제인 안트로젠의 ‘큐피스템’도 작년 초 식약청 허가를 받았다. 또 20종이 넘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 수준은 세계 상위 10위권이고, 최대 기술국인 미국의 81.2% 수준으로 1.8년 정도 격차에 불과하다.
전 세계적으로는 줄기세포 시장 규모는 324억불(2012년 기준) 정도로 연평균 24.2%의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0건이 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으며 앞으로 5년 이내에 다수의 글로벌 제품이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중장기 전망 ‘장밋빛’..단기는 ‘글쎄’
그렇다고 줄기세포에 대한 조급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줄기세포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고 제품으로 출시되기까지는 아직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줄기세포 치료제는 대부분 1~2상 시험에 그치고 있다.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는 3상 임상시험을 영세한 바이오기업이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기 몸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는 임상시험 3상을 면제하자는 내용의 법안 추진이 논의되고 있지만 안전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국회 통과가 낙관적이지 않다. 윤강섭 서울시보라매병원 세포치료센터장은 “줄기세포 치료가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는 난치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당수 연구가 1~2상에 머물러 있어 제품화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의 줄기세포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기 때문에 장기 전망은 밝은 편이다. 정부는 줄기세포 연구에 올해만 95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임상결과에 근거한 임상 1상 면제 및 제출자료 간소화 등 각종 규제 완화 및 제도적 지원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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