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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조를 굴리는 사람들]특명, 밸런스를 맞춰라

장영은 기자I 2011.11.17 10:37:18

김영찬 신한BNPP 주식운용본부장 "균형이 미덕(美德)이다"
"항상 균등한 수익률 추구..투자자들이 불안하지 않게"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균형을 잡으라니까!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니까 넘어지는 거야"

말은 쉽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몸은 하나이건만, 체중이 한쪽으로만 실리는 것을. 여지 없이 자전거는 한쪽으로 넘어지고야 만다. 지켜보는 사람도 답답하지만 채 두 세 발자국도 가지 못하고 번번히 넘어지는 사람도 속이 터지고 무릎이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균형잡힌 포트폴리오가 정석(定石)이다

균형이 제일 중요하다. 걸을 때도 한 쪽발로만 뛰다보면 그쪽 방향으로 가게 돼 있다. 짚을 데도 없이 그렇게 가다 보면 얼마 못 가 넘어지기 마련이다. 자전거가 넘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초보자는 양쪽 페달을 밟지 못한다. 페달에 발이 올라간 쪽으로만 기울어 진 자전거는 결국 얼마 가지 못한다.

양쪽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되면 반은 성공이다. 이제 허리를 펴고 양 발에 균등하게 힘을 나눠주면서 앞을 똑바로 보고 달리면 된다. 그런데 균형 잡기가 중요한 것은 자전거타기만이 아니다. 펀드 운용에서도 균형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김영찬 주식운용본부장(사진)이다.

김영찬 본부장은 "포트폴리오의 밸런스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가치형과 성장형 등 투자 성향 뿐 아니라 업종별로도 항상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 쪽에 조금 더 집중할 수는 있겠지만 `베팅`을 하는 식의 투자는 지양한다는 말이다.

김 본부장은 "예를 들어 전통적인 가치주 투자에 따르는 고통을 생각해보자"면서 "언젠가 다시 전성기가 올 수도 있겠지만 4~5년 동안 답보상태인 수익률을 보는 투자자들의 고통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시세를 형성하는 것들을 담으면서도 코스피를 웃돌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이라며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밸런스의 미학은 그대로 성과로 증명됐다.

김 본부장은 "우리 펀드들을 보면 1, 2, 3, 5년 어떤 구간으로 끊어도 수익률 상위 25% 안에 들어있다"며 "특정 국면이나 시장 유행에 따라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또 대형사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좋은 성과를 내는 점도 김 본부장의 자랑이다.

그는 "작은 회사들은 '모아니면 도'식으로 베팅을 해서 한 두해 좋은 성과를 내면 그만인 경우가 많지만 대형사는 위험 부담을 지면서 그런 식의 운용을 하기 힘들다"며 "수익률 순으로 보면 소형사들이 돌아가며 상위에 다수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사가 꾸준히 15위안에 드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운용은 몸에 익는 것

펀드 운용이 자전거 타기와 비슷한 점이 한가지 더 있다. 바로 몸으로 익힌다는 것. 기억 상실증에 걸려 사람이나 전공 지식 등은 모두 잊어버려도 젓가락 잡는 법이나 자전거 타는 방법은 기억하는 경우가 있다. 몸이 기억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운용은 경험이다"라며 "바둑을 복기하듯 성공과 실수를 복기하며 경험을 하나씩 축적해가야만 감(感)을 익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고 팔아야 할 적절한 타이밍이나 기다려야 할 때와 나서야 할 때가 언제인지, 어느 정도까지가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인지 하는 것은 아무리 말로 해도 스스로 체화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그래서 펀드 매니저만큼 내공이 필요한 직업이 없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느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결과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라는 의미"라며 "고민하지 않는 매니저는 늘 그 자리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스트레스 없는 운용의 성과는 결국 수익률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김 본부장은 "더 잘 하고자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측면에서 펀드매니저에게는 일종의 명예욕이 있다"면서도 "선민의식으로 흘러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그 스스로 되뇌는 말이자 후배 매니저들에 대한 당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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