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大 증권사, 폭락장 누가 잘 버텼나

이정훈 기자I 2008.11.12 10:39:23

삼성 `대표적 방어주` 우리 `그럭저럭` 대우 `저조`
위탁점유율 동반하락..자기매매 `제 발등 찍어`
삼성-IB, 우리-CMA `껑충`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국내 증권사들의 2분기(7~9월)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빅(Big) 3`로 꼽히는 대우와 삼성, 우리투자증권의 성적표가 공개됐다.

아니나 다를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지고 주식 거래가 급감하는 등 악화된 시장환경에 대표 증권사들도 맥을 추지 못했다.

삼성증권(016360)이 다시 한 번 증권사 가운데 대표적인 방어주임을 과시했고 우리투자증권(005940)도 그럭저럭 선전했다. 대우증권(006800)은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가뜩이나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신설 증권사들까지 가세하자 주식위탁(브로커리지)이 동반 하락했고, 주 수익원 중 하나인 자기매매부문에서는 엄청난 손실을 입으며 제 발등을 찍었다.

◇ 삼성, 순이익 최고…대우 기대에 못미쳐

올 2분기에는 증시가 급락하고 시장거래가 현저하게 줄어들면서 증권사들이 돈 벌기 힘든 상황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 3대 증권사 분기별 순이익. 전체적으로 이익이 급감하는 가운데 대우의 적자가 두드러진다.
한국을 대표하는 3대 증권사의 순이익이 일제히 급락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1분기의 765억원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삼성증권은 그나마 297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보여줬다. 지난 분기 우리투자증권에 내준 이익 1위 자리도 되찾았다.

일찍부터 양적인 경쟁을 자제하는 대신 거액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CMA와 랩어카운트 등 자산관리 위주의 영업으로 돌아섰던 것이 불황기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 3대 증권사 상품운용 수익. 모든 증권사가 2분기에 적자였고 대우의 적자규모가 엄청나다.

 
 
같은 맥락에서 IB와 펀드 판매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수익 다변화에 성공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도 나름대로 선전했다. 246억원의 순이익으로 안정적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이에 비해 대우증권은 강세장에서 업계 최고의 수익성을 보여줬지만, 시장 노출이 된 사업구조상 약세장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80억원의 순손실로 4년여만에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특히 유가증권 평가손 등으로 86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328억원이던 손실액은 3개월만에 크게 불어났다는 게 더 우려스러운 점이다. 다만 손실 대부분이 만기 때 상환 가능한 평가손이라는 부분은 위안이다.

◇ 위탁점유율 추락…대우 `상처뿐인 1위`

신설 증권사들의 가세와 중형사들의 수수료율 인하로 대형 증권사들의 주식위탁점유율이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입증된 셈이다.

▲ 3대 증권사 위탁점유율. 대우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모두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대우증권이 6.1%의 주식위탁점유율로 3개사 가운데 1위 자리를 지켰지만, 그다지 고무적이지 않다.

작년부터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4분기에는 6.4%까지 떨어졌다. 올 1분기에 6.6%로 점유율이 회복되나 했더니 한 분기만에 0.5%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런 점은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역시 마찬가지.

삼성증권은 1분기 6.5%였던 점유율은 5.5%까지 추락했다. 3사 중 가장 큰 하락폭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은 5.5% 수준에서 더이상 하락하지 않고 정체됐던 점유율이 4.9%까지 떨어졌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법인 주식위탁 약정에서 상위 10위권을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는 삼성과 우리투자증권도 급락장에서는 별달리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증권은 2분기에 국내기관 위탁 점유율이 7.3%에서 7.2%로 낮아졌고, 해외기관 위탁 점유율은 4.8%에서 3.1%로 급감했다. 외국인은 주식 매도 때 주로 외국계증권사 창구를 활용한 탓이다.

우리투자증권 역시 국내 법인·기관 위탁 점유율이 6.0%에서 4.7%로 줄었고, 해외기관 점유율은 3.4%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 IB부문…삼성의 도약, 우리의 추락

투자은행(IB) 부문에서는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1분기에 213억원에 이르는 인수·자문수수료를 벌어들여 단연 업계 1위를 기록했던 우리투자증권은 2분기에 98억원으로 수익이 급감했다.

▲ 3대 증권사 인수자문수수료 수익. 삼성의 약진이 돋보이며 대우는 꾸준한 모습이다.

반면 1분기에 51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증권의 인수·자문수수료는 2분기에 132억원으로 늘어났다. 대우증권은 121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삼성증권은 2분기에 대한전선 안양공장 부지와 남부터미널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수수료 수입만 82억원에 이르렀다.

IPO 실적은 없었지만, 한국선재의 28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성공리에 마무리했고 프리(Pre) IPO 투자 유치. 좋은사람들 매각자문 등 다양한 사업을 만들어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투자은행인 로스차일드(Rothschild)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 M&A 등에서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등 IB부문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채권인수와 IPO, 유상증자 등에서 각각 11%, 26%, 12%의 시장점유율로 여전히 업계 수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채권인수 실적은 1분기 1조6690억원에서 2분기에 1조1520억원으로 줄었고, 유상증자는 2550억원에서 940억원으로, PF는 3840억원에서 1050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앞으로도 시장상황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 자산관리 `역시 삼성`…우리 `맹추격`

약세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자산관리 부문에서는 역시 삼성증권이 선두자리를 지켜냈다. 2분기에 가장 좋은 실적을 올린 비결이기도 하다.

▲ 3대 증권사 1억 이상 고액자산고객수. 일제히 급감하고 있다.
다만 삼성증권도 자산관리부문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에 비해서는 실제 성적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다.

삼성증권의 1억원 이상 고액자산 고객은 2분기에 5만2553명이었다. 작년 4분기 5만9580명, 올 1분기 5만8200명 등 매분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하락만으로 설명하기 충분치 않다.

CMA 잔고도 작년 4분기 2조6259억원에서 올 1분기 2조9902억원으로 급증하다가 2분기에는 3조935억원으로 성장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 3대 증권사 CMA잔고 추이. 우리와 대우가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투자증권은 2분기에 CMA 잔고가 2조8210억원까지 늘어나 삼성의 턱 밑까지 다다랐다. 작년 4분기 2조1250억원, 올 1분기 2조4140억원으로 상승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고액자산 고객수에서는 작년 4분기 4만6009명에서 1분기 4만6330명으로 늘어났다가 2분기에는 4만868명으로 다시 줄었다.

대우증권의 경우 고액자산 고객수가 2만8347명으로 급감했다. 작년 4분기 3만4579명, 올 1분기 3만4459명에서 크게 줄어든 규모다.
 
CMA 잔고는 작년 4분기 1조7000억원, 올 1분기 2조1000억원, 2분기 2조4000억원으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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