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고유의 로고와 심볼은 매 시즌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디자인 소재. 브랜드네임을 부각시키거나 심볼 마크를 통해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법으로 라벨을 홍보하면서 팬들에게도 어필한다.
문구로 표현되는 슬로건의 경우는 브랜드의 컨셉이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펑크 시대에서처럼 저항 정신을 표출하기도 하고 센스 있는 단어들로 시선을 끌기도 한다. 슬로건 패션이 핫 트렌드로 복귀한 데엔 헨리 홀랜드의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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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런던의 떠오르는 인기 디자이너 가렛 푸와 자일스 디컨에게 서로를 응원하는 내용의 슬로건 티셔츠를 장난삼아 만들어주었다가 이것이 패션계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지자 그는 유머러스한 슬로건 티셔츠들로 채운 컬렉션까지 내놓았다.
2007-8 가을/겨울 런던 패션위크에서 그의 브랜드 '하우스 오브 홀랜드'가 선보인 슬로건들은 모델들을 위한 찬미. 유명 모델들의 이름과 라임을 맞춘 문구들은 컬러플한 색상과 잘 어울리면서 패션리더들을 사로잡았다.
유행과 관계없이 패션으로 사회적 이슈를 말하기 위해서도 슬로건은 응용된다.
대표적인 디자이너 캐서린 햄넷은 '80년대에 굵은 글자의 슬로건을 넣은 캐주얼 티셔츠로 인기를 얻은 후, 세계 각국과의 라이센스 체결로 이름을 알렸으나 최근엔 다양한 사회문제에 귀를 기울이며 슬로건 패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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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핸드백 디자이너 아냐 힌드마치가 내놓은 에코백이 이러한 트렌드에 도화선 역할을 했는데,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제작된 힌드마치의 에코백은 넉넉한 사이즈와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되었고, 직설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표현 'I'm not a Plastic Bag(나는 플라스틱 백이 아니에요)'라는 슬로건이 매력을 더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에코백의 트렌드를 따라 보그 코리아는 오즈세컨과 'No Plastic, Yes Recycle'을 프린트한 에코백을 제작했고, 최근엔 베네통 코리아도 'Green is my Religion'이라는 슬로건의 에코백을 출시했다.
올 봄, 여름 시즌의 컬렉션에서도 슬로건 패션은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세이 미야케는 탄소 중립을 뜻하는 'Carbon Neutral'을 선택했다. 이는 탄소 배출을 중립시키기 위해 나무를 심거나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자는 개념. 개성 넘치는 단어들과 평화 모티브로 대표되어온 모스키노는 라틴어 'Verba Volant'를 프린트했다.
캐서린 햄넷 못지않게 사회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온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숫자 '56'을 내세웠다.
바로 영국 정부가 테러 용의자들을 재판 없이 가두고 있는 기간을 쇼 날짜까지 따져본 것. 그녀는 지난해엔 미국 원주민 인권운동가 레오나드 펠티어의 구명을 위해 'Leonard Peltier is Innocent'라는 그래피티를 선보였었다.
거리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 다양한 로고와 슬로건의 아이템들.
좋아하는 브랜드를 자랑스럽게 내보이거나 재치 있는 문구로 기분 전환하는 것도 좋지만, 앞으로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은 시작으로서 의미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
김서나 비바트렌드(www.vivatrend.com) 기획팀장 및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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