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기자] 팬택(025930)계열이 채무조정안에 대해 채권자들로부터 99% 이상의 동의를 얻고도 막판 금융기관들의 기싸움으로 회생작업 무산 위기로까지 몰렸다.
팬택계열에 대한 채무조정안 동의서 마감시한인 지난 10일까지 동의서를 제출한 채권자는 금액 기준으로 99.97%에 달한다. 총 1조1600억원의 채권 중 35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가 채권은행이 제시한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막판까지 우리은행과 농협이 채무조정안 동의에 미온적 반응을 보인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미루고 있어 팬택계열의 회생이 무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채권단의 자율협의로 워크아웃을 결의했다는 당초 의미가 퇴색하는 것은 물론 몇몇 금융기관의 책임떠넘기기로 회생가능성이 큰 기업을 문닫게 했다는 비난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팬택계열 전체 채권의 절반 이상을 들고 있는 신협과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은 워크아웃 무산시 채권회수가 사실상 어려워져 서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산은을 비롯한 채권은행은 농협이 제출한 동의서를 수용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다만 우리은행이 제출한 조건부 동의서는 내부 회의를 거쳐 11일 열리는 채권은행 회의에서 수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편,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한투증권 본사 앞에서 팬택계열의 조속한 사태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신협 관계자는 "전국 87개 단위신협과 288개 새마을금고가 공멸을 막자는 취지로 손실을 감수하고 채무조정안 동의를 했지만, 제1금융권은 규정을 들먹이며 사태해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통을 떠뜨렸다.
그는 "경제적 약자인 개인이나 신협, 금고 등이 동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과 같이 순익 2조원을 내는 회사에서 워크아웃을 깬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팬택계열의 워크아웃이 무산된다면 모든 책임은 자사 이기주의로 일관한 산은과 우리은행 등 일부 은행에 있다"고 말했다.
팬택계열은 세계 30개국 이상에 연간 1200만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공급했으며, 지난해 17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내수시장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스카이'로 유명하며, 시장 점유율 2위를 점하기도 했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판단해줬으면 한다"며 "팬택계열의 회생을 바라는 소액 채권자와 기관,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동반 부실을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