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막대한 현금이 갈 곳을 찾고 있다. "안전한 게 최고"라며 미국 국채와 초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숨어 있던 투자자금들은 슬슬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채에 투자했던 자금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회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자금이동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단기자금의 경우 머니마켓펀드(MMF)의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미련을 버리고 새 집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 중 적지 않은 규모는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 시장으로 "위험한" 투자를 감행했다. 정크본드는 회사채중에서도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지만 위험 또한 가장 높은 것이 사실이다. MMF에 투자해도 1년 동안 1%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익밖에 내지 못하게 되면서 수익률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크본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근래에 보기 드물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 하이일드펀드(정크본드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 들어오는 신규자금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달 15일까지 70억달러 가량이 하이일드 펀드와 계약을 했다. 최근 1주일 동안에는 9억2800만달러가 새롭게 문을 두드렸고 5주 연속 순유입 추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정크본드의 수익률이 역사적 평균치보다는 여전히 높고 주식시장이나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투자등급 회사채시장보다 나은 투자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베어스턴스의 투자전략가 마이클 테일러는 "기관이나 개인 모두 저금리 환경에서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대안으로 정크본드를 꼽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국채와 정크본드간의 수익률 차이도 지속적으로 줄면서 정크본드의 강세를 설명해주고 있다. 베어스턴스가 발표하는 하이일드지수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 15일까지 3.5% 상승했다. 정크본드에 투자했을 경우 3개월 반만에 올린 수익률이 이자까지 포함해 평균 3.5%에 달한다는 뜻이다.
기대가 있는 곳에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에 자금유입이 급증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크본드의 랠리가 다분히 기술적인 측면이 강한데다 최근의 자금유입은 정크본드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것이라 지속성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도이체방크의 하이일드부문 수석애널리스트인 앤드류 반 휴튼은 "(최근의 자금유입은)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그는 또한 "최근의 랠리가 끝날 것이란 조짐이 보이면 기관투자가들은 이익실현을 통해 발을 빼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펀드매니저들도 시장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데 동의를 표하고 있다. 줄리어스 배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 그레그 호퍼는 "현금이 막무가내로 갈 곳을 찾고 있다"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정크본드 시장이 너무 달구어져 있음을 우려했다.
수요와 공급간의 불균형도 최근 정크본드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기술적 이유로 꼽힌다. 발행은 여전히 부진한데 사려는 사람만 북적거리다 보니 병목현상이 유발됐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2월 정크본드 시장의 신규 유입자금은 30억달러에 달했지만 신규채권 발행은 4억5000만달러에 그쳐 심각한 불규형을 보였다. 다음달에는 60억달러가 발행대기중에 있어 공급부족은 다소 풀릴 것으로 보이지만 역사적 평균치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베어스턴스의 테일러는 "현금은 너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공급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정크본드 시장은 지난해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디폴트(채무불이행)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디폴트율은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해 말 현재 8.1%였던 정크본드의 디폴트율이 올해는 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