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동결…파월 “다음 수는 인상 아냐”, 인하 재개 안갯속(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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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I 2026.01.29 05:50:40

금리 3.5~3.75% 유지…지난해 7월 이후 첫 동결
성장 평가는 상향, 노동시장 우려는 완화
성명서서 ‘노동시장 위험 우위’ 문구 삭제
파월 “인상은 기본 시나리오 아냐”…정책은 사실상 ‘대기 국면’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지난해 7월 이후 이어져 온 금리 인하 흐름에 제동을 걸었다. 연준은 미국 경제에 대한 성장 평가를 상향 조정하고 노동시장에 대한 우려를 완화했지만, 향후 금리 인하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명확한 신호를 주지 않았다. 정치적 압박과 차기 연준 의장 인선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통화정책은 사실상 ‘대기 국면(wait-and-see)’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3.75% 범위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노동시장 둔화 가능성에 대비해 단행됐던 세 차례 연속 0.25%포인트 인하 이후 첫 동결이다. 표결 결과는 10대 2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스티븐 마이런 이사는 추가 0.25%포인트 인하가 필요하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사전 예상과 대체로 부합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노동시장과 물가 흐름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분명히 했다. 성명에서 연준은 “경제 활동은 견조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사용해온 ‘완만한(moderate)’ 성장이라는 표현을 ‘견조(solid)’로 상향했다. 반면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노동시장에 대한 표현이다. 연준은 “고용 증가는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실업률은 일부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며, 직전 세 차례 성명에 포함됐던 ‘노동시장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물가 재상승 위험보다 노동시장 약화 위험이 더 크다고 평가했던 기존 인식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이는 물가 안정과 완전고용이라는 연준의 이중 목표 간 균형이 이전보다 회복됐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기조를 보다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대해 “상당히 폭넓은 지지가 있었다”고 밝히면서, 향후 금리 인하 시점을 판단하기 위한 명확한 기준이나 ‘테스트’를 제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정 지표나 시점을 시장에 선제적으로 암시하기보다는, 들어오는 데이터와 전망 변화, 위험의 균형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기존 ‘데이터 의존적’ 접근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향후 정책 경로와 관련해 “어떤 가능성도 테이블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다음 정책 조치가 금리 인상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누구의 기본 가정(base case)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리 동결 이후 일부에서 제기된 ‘재인상 가능성’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은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인플레이션 흐름에 대해서는 안도감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이후 급등했던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내려온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돼 있다는 점이 연준이 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인플레이션의 상당 부분이 수요 과열이 아닌 관세에 따른 재화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들어 “만약 수요 주도의 인플레이션이었다면 훨씬 다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환시장과 관련한 질문에는 거리를 뒀다. 파월 의장은 달러 가치와 환율 문제에 대해 “재무부의 소관”이라며 “이에 대해 덧붙일 말은 없다”고 답했다. 최근 달러 약세를 둘러싼 정책적 해석이 확산되는 가운데, 통화정책과 환율 정책을 명확히 분리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과 메시지를 ‘리스크 균형 회복’으로 해석하고 있다. 로런스 워더 다이와캐피털마켓아메리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연준은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과 노동시장 하방 위험 모두에 대응하기에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며 “많은 정책위원들은 최근 몇 달과 비교해 두 가지 위험이 이전보다 더 균형을 이룬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원회 내부의 시각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회의에서 추가 인하를 주장한 월러 이사와 마이런 이사는 최근 회의에서도 일관되게 완화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특히 마이런 이사는 지난해 여름 공석이었던 이사직을 채우기 위해 임명된 이후 참석한 네 차례 회의 모두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월러 이사 역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로, 이번 반대 표결이 향후 인선 국면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적 변수 역시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최근 미 법무부는 워싱턴 D.C. 연준 본부 리모델링과 관련해 파월 의장을 상대로 형사 수사에 착수했다. 파월 의장은 이를 공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맞물린 정치적 압력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파월 해임 가능성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으며, 리사 쿡 이사 해임을 둘러싼 사안은 현재 연방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 종료된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후임 지명이 임박했다고 밝힌 상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하면서도, 정치 일정과 제도적 변수로 인해 정책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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