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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흘린채 복도에 쓰러져있던 A씨는 사건 발생 7시간 만에 발견됐다. 그는 인근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인 지난 13일 외상성 뇌출혈로 끝내 숨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B씨와 C씨의 폭행 사실을 확인, 술을 마시고 귀가한 두 사람을 고시원 입구에서 긴급체포했으며, 지난 17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기억이 안 난다”, “죽을 만큼 때린 적은 없다”, “또 다른 사람들이 폭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범행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시원 주민들에 따르면 옆방 TV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방음이 취약하다는 이곳에서 A씨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7시간가량 방치된 이유는 무엇일까. 주민들은 고시원에 거주하는 모두가 이웃과 지역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돼 사는 점을 꼽았다. 같은 고시원에 사는 D씨는 “평소에 복도에서 하도 싸우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건에 휘말릴까 봐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또 사건 당일 아침 고시원 건물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도착했지만, 사건 발생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고시원에 사는 80대 남성 E씨는 “사고 얘기는 처음 듣는다”며 “다들 살기 바쁘니까 앞 방 사람이 뭐하고 사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새벽 폭행 사건이 벌어진 당시 고시원 관리자도 부재했다. 고시원장은 다른 건물에 거주하며 매일 1~2번씩 방문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고도 입주를 희망하던 한 남성이 고시원에 방문해 A씨를 발견하면서 이뤄졌다.
고시원 인근 약재 도매시장 상인들도 A씨의 죽음을 알지 못했다. 약재 도매상 F씨는 “오후 6시가 되면 상인들이 문을 닫고 퇴근하는 데다, 주택도 없어서 이곳은 암흑”이라며 “(폭력사건도) 지금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왕래하는 가족이 없는 무연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장례는 아직 치러지지 않았다”며 “조만간 무연고자 공영 장례로 치러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