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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권 폐지시 검찰도 담합 수사…‘카르텔 근절’ vs ‘과잉 수사’

김상윤 기자I 2020.10.03 17:00:00

[공정경제3법 대해부]③
공정위 조사권한 축소..검찰 수사 확대
檢, 입찰담합·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 우선 수사
대등한 협력 전제돼야…별건 수사 우려 여전

[편집자주]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통합 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3법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기업 옥죄기 법이라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은 건전한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법안이라고 반박한다. 국회에서 본격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경제 3법 개정안의 취지와 문제점 등을 분석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018년 8월 21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개편 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후 발표장을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에는 담합 분야에 한해 전속고발권 폐지를 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그간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기소를 할 수 있었지만,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별도로 기소를 할 수 있게 된다.

담합 근절을 위해서는 공정위 외에 검찰 수사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명분이지만, 과잉·중복 조사에 대한 우려도 상당해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미국은 법무부도 조사..다른 나라는 경쟁당국

담합은 사업자가 계약이나 협정 등의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짜고 가격을 결정하면서 궁긍적으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다. 시장 실패 현상으로 정부 개입이 필요한 불법 행위다.

미국은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등 두 기관에서 담합 조사를 한다. 19세기 철강, 철도, 석유분야에서 독점 폐해가 과도해지면서 기업 집중 등을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1890년에 이른바 ‘셔먼법’이 탄생한다. 미국 법무부는 독점 회사를 분할하거나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강하게 칼을 댔다. 하지만 법무부의 지나친 개입 때문에 시장 경제 자체가 무너진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1914년 ‘클레이튼법’이 탄생한다. 셔먼법의 집행을 보완하고 경쟁 제한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실질적으로 경쟁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는 불공정행위에 한해 미국 FTC가 조사 및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셈이다.

반면 대부분 국가는 애초부터 공정위와 같은 경쟁당국을 만들어 반경쟁 행위를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 역시 1981년 공정거래법을 만들고 공정위에 각종 불공정행위를 전담으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그리고 공정위가 고발을 해야만 검찰이 기소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권을 부여하면서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檢입찰담합·공소시효 1년미만 사건만 수사

문제는 공정위가 조사 권한을 독점하다보니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건이 ‘4대강 담합 사건’이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은 제외하고 과징금만 부과하자 여론이 들끓었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갖고 ‘봐주기’를 했다는 비판이 거세졌고, 결국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졌다.

문재인 정부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사항으로 걸었다. 지난 2018년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전제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공정위에 신고된 리니언시(자진신고자 면제) 사건 중 입찰담합과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만 검찰이 우선 수사하기로 합의를 한 셈이다.

양 기관은 시장경제 피해가 큰 입찰담합과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아 재빠른 수사가 필요한 공소시효 1년 미만 사건(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도 포함)에는 검찰이 우선 수사하고 형벌을 내리고, 과징금 등 행정제재는 공정위가 하기로 했다. 양 기관은 중복 과잉 수사를 막기 위해 이같은 합의에 이르렀다고 강조한다.

지난 2018년 6월 검찰이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공정위 재취업 비리를 적발하는 수사였지만,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양기관의 힘겨루기였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공정위 간 대등한 협력 관건..별건수사 우려도

문제는 중복·과잉 수사는 검찰과 공정위 간 대등한 협력이 전제됐을 때다. 자칫 양기관의 협력을 넘어서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양 기관의 알력 싸움 때문에 공정위 조사, 검찰 수사가 충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가 이미 조사를 했더라도 검찰이 추가조사에 나설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과잉 조사 수사로 인해 경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입찰 담합의 경우 담합 증거만 있으면 대체로 불법으로 간주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법원에서 담합이 이뤄지더라도 해당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후생을 침해할 가능성이 적은 경우 위법으로 보지 않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공정위의 경우 경제분석 등을 통해 경쟁제한성 문제를 따지는 ‘합의의 법칙’을 우선하는 반면 검찰의 경우 어떤 행위가 있다는 것만 입증하면 불법으로 보는 ‘당연 위법’ 원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에서는 특히 검찰의 ‘별건수사’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법무부는 검찰 수사 과정의 입수 정보가 다른 영역으로 확산되는 ‘별건 수사’에 대해서는 ‘대검 측의 사전 승인’을 통해서 제한하겠다는 입장이다. 일선 수사 부서가 아닌 대검 차원에서 적절한 통제장치를 작동시키겠다는 것이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담합 수사를 빌미로 전방위적인 수사가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반경쟁행위를 막기 위해 만든 공정위가 제대로 조사를 안 한다고 검찰을 끌여 들여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화한다는 게 현재 전속고발권 폐지의 흐름”이라면서 “중복, 과잉 수사에 대한 우려가 충분히 제어되지 않을 경우 자칫 시장 시스템이 망가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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