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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환경부에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입법예고됐는데요. 공동주택에서 실시하는 외부 도색공사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도장공사로부터 발생되는 비산먼지를 관리하기 위해 공동주택 도장공사를 비산먼지 발생 사업 신고대상 중 건설업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장기수선계획을 수립하는 공동주택에서 시행하는 건물외벽 도색공사의 도장작업은 롤러방식(붓질 방식 포함) 또는 방진막이 설치된 분사방식으로 하도록 강제하게 됩니다.
분사방식의 도장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해당 작업 부위 혹은 해당 층에 대해 방진막을 설치하고, 특히 종합병원 및 공공도서관, 학교, 공동주택, 입소규모 100명 이상인 노인전문병원, 입소규모 100명 이상인 어린이집 부지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50m 이내와 주거지역 및 주거형 지구단위계획구역에서는 롤러방식(붓질방식 포함)만 허용됩니다. 앞으로 모든 공동주택의 외벽 도장작업은 롤러 또는 붓질 방식으로만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쾌적한 환경을 위해 일정한 대가 또는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더라도 개정안의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커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과 현실 적용 가능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붓질작업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아파트 외벽공사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아니죠. 전용면적 85㎡ 규모 1가구당 외부 한쪽 측벽 넓이는 대략 35~36㎡ 정도(A4 용지 약 560장)입니다. 만약 14층 높이 공동주택 한쪽 측벽을 도색하기 위해서는 A4용지 7840장 넓이 면적을 외줄에 매달린 채 붓으로 칠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좀 더 작업 효율성이 높은 롤러 방식은 어떨까요?
롤러 방식은 붓 역할을 하는 롤러면이 바퀴모양으로 돼 있어 롤러를 외벽면에 굴리는 방식이라 작업이 좀더 효율적입니다. 그러나, 이는 도장면이 평평한 경우에만 유효한 방식입니다. 공동주택은 미관개선을 위해 외벽 측면 등을 요철로 처리하거나 돌출물을 붙여 입체감을 구현합니다. 이 경우에는 해당 부분의 모서리나 요철부분에 추가로 부분적인 붓칠작업이 필요합니다.
관리현장과 대한주택관리사협회는 도장 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낙하물에 의한 안전사고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분사방식(뿜칠작업)으로 도색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스프레이건이라 부르는 분사기구에 옥상에서 연결한 페인트 공급용 호스가 연결돼 도색 도구의 낙하물 사고 위험이 없지만, 롤러나 붓 등을 이용할 경우 입주민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비용문제도 우려됩니다.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공사 단지의 소유자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데요. 기존 도색비용보다 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십여배까지 공사비가 늘어날 것으로 주택관리사협회는 예상했습니다.
아파트 소유자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실제 관리현장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적용과 관련해서 많은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비용부담을 전가할 가능성도 있고요.
협회는 근로자와 입주민의 안전, 실제 비용부담자인 아파트 소유자의 의견을 수렴해 환경을 위한 비용의 추가부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거나 비용과 안전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한 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외부 도장공사용 페인트에 대해 친환경인증제를 시행해본다든지, 공공임대주택이나 신규 건설단지 등에서 시범사업으로 해보고 단계적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건 어떨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아파트 돋보기]는 독자 여러분이 공동주택에서 생활하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궁금한 점이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을 이메일(mjseong@edaily.co.kr)로 남겨주시면 도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