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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시세를 내던 암호화폐시장이 다소간의 가격 조정을 보이고 있다. 주요 가격 저항선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참여 확대를 기대하게 만드는 호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기대 만큼은 여전하다.
21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11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1.8% 이상 하락한 828만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2% 가까이 하락하며 7300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더리움도 2% 이상 하락하며 51만원대로 뒷걸음질 치고 있고 리플이 3% 가까이 하락 중이다. 그외 트론과 대시, 모네로 등은 4~7%대의 낙폭을 기록 중이다.
일단 최근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초 비트코인 가격이 기록했던 저항선인 7600~7800달러라는 주요 매물대 부담이 크고 100일 이동평균선 역시 차후 강력한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기술적 매도세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호재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날 미국을 대표하는 암호화폐 디지털 월렛(전자지갑)과 거래소 플랫폼을 가진 코인베이스가 200억달러(원화 약 22조71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헤지펀드 자금을 수탁하는 서비스를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투자가의 암호화폐시장 참여 기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전문지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암호화폐 거래소와 월렛, 전문 소셜미디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코인베이스가 헤지펀드로부터 20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의 수탁서비스를 맡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코인베이스는 기관투자가들의 암호화폐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기관 수탁서비스인 ‘코인베이스 커스터디(Coinbase Custody)’를 출시했다. 이번에 수탁받은 200억달러의 헤지펀드 자금이 실질적으로 첫 고객인 것으로 보인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인가를 받은 일렉트로닉 트랜잭션 클리어링(ETC)이라는 독립 브로커리지사와 함께 진행된다. 즉, 한 기관투자가가 ETC를 통해 암호화폐를 매수하면 그 실물 암호화폐와 여타 자산 등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보관해주는 일을 코인베이스가 맡게 되는 식이다.
암호화 자산을 콜드 스토리지에 안전하게 저장, 보관할 수 있고 기관투자가들이 자산운용 보고를 수월하게 하도록 하기 위한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그동안 헤지펀드나 벤처캐피털, 자산운용사 등은 암호화폐에 투자하고자 해도 이같은 포트폴리오 관리에 어려움을 느껴 참여를 꺼려왔다. 코인베이스 서비스가 본격 확산되면 기관들의 시장 참여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코인베이스는 이번 첫 고객 외에도 다른 대규모 헤지펀드들과도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연말쯤에는 기관투자가들이 암호화폐를 운용할 때 필요한 자금을 한시적으로 빌려주는 마진 파이낸싱(margin financing)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서 증권사가 기관투자가들의 주식 매매나 공매도를 위해 자금을 빌려주는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 서비스를 암호화폐시장에 도입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관들이 암호화폐에 뛰어들 때 헤지를 위해 활용하는 선물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상장한 비트코인 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지난 2분기(4~6월)에 1분기대비 93%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미결제약정도 하루 평균 2400게약을 넘어 1분기보다 58% 늘어났다. 이는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보유하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 대비한 헤지성 선물 매수가 늘어나거나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적 선물 매도가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전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암호화폐시장 데이터업체인 코인마켓캡이 허위로 부풀려진 거래소 거래대금 데이터를 걸려내기 위해 가격 산출 방식을 변경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코인마켓캡은 자사 블로그 포스트를 통해 “기존에는 최소 거래대금 요건을 충족시킨 거래소 데이터들만을 기준으로 가격을 산출해 왔는데 이는 투자자로부터 많은 인기를 끄는 거래소를 선정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거래소들이 인위적으로 거래대금을 부풀린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이같은 최소 거래대금 요건을 배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코인마켓캡측은 “암호화폐 거래소의 허위 거래대금 이슈는 마치 UFO(미확인비행물체)와 같아서 누군가는 목격했다고 하지만 실체를 입증할 만한 증거나 방식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캐롤라인 챈 코인마켓캡 마케팅담당 부대표는 “우리가 거래소로부터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인해 거래대금이 부풀려지는 수가 있다”며 거래소들이 낮게 책정하는 수수료율이나 트랜잭션 마이닝, 한 명의 트레이더가 한 쪽 브로커를 통해 매수주문을 내면서 동시에 다른 브로커에게 매도주문을 내 가격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소위 ‘워시 트레이딩(wash trading)’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코인마켓캡은 최소 거래대금 요건을 배제하는 대신에 가격 산출에 사용하는 거래소들을 걸러내기 위한 새로운 요건을 도입하고 거래소 랭킹 산출 메트릭스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챈 부대표는 “일단 거래소부터 제공받는 모든 정보를 활용해 그 수치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데이터에 기반해 최적의 가격과 거래대금 근사치에 부합하는지 살피는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거래소 데이터의 정확성을 판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거래소를 철저하게 검증하거나 조사할 수 없다”며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