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댓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악성 댓글이나 댓글 조작이 이슈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 포털 규제만 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과 달리 센 수준이어서, ‘표현의 자유’와 양립할 수 있도록 신중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일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인터넷 댓글 규제의 현황과 입법적 검토과제(최진응 사회문화조사실 과학방송통신팀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포털(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 불법 정보 삭제 의무를 부과하고 지키지 않으면 민사뿐 아니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나라는 대한민국, 중국, 러시아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위법 내용의 글이 유통돼도 포털에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 악성댓글을 인지하고도 포털이 방치하면 민사상 책임만 묻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온라인상의 모든 불법정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자 등에게 삭제명령을 할 수 있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영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중국과 러시아도 포털에 불법정보 신고나 삭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 발의된 매크로 금지법(신경민·박대출 의원)이나 포털 랭킹뉴스 폐지법(박대출 의원), 댓글 노출 및 배열차별 금지법(신용현 의원)같은법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미국에서 공연 인터넷 예매 때 매크로 조작 행위가 사회 문제가 돼 규제한 경우는 있지만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조작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며 ‘아웃링크 방식의 구글, 인링크 방식이나 댓글이 없는 MSN, 인링크 방식이면서 댓글이 있는 야후 등 댓글 정책은 민간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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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까지는 주로 성별이나 인종차별·모욕 등 악성댓글을 쓰는 사람이나 이를 방치한 포털을 규제하자는 법안이었고, 드루킹 사건 이후에는△인터넷 실명제 부활이나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 사용시 처벌법 △포털 랭킹뉴스 폐지법 △댓글 노출 및 배열차별 금지법까지 확대됐다.
특히 네이버나 다음의 인터넷 편집권을 제한하는 법안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에서 발의돼 관심이다.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포털 정보 검색 시 반드시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의무화법을 발의했고, 같은 당 박대출 의원은 포털이 랭킹뉴스를 편집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발의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의원은 최근 네이버가 발표한 공감·비공감 수 제한은 미봉책이라며 댓글 배열차별 금지법을 냈다.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7’에 따르면 국내 이용자들의 포털 뉴스 의존 비율은 77%로 조사대상국 중 압도적 1위다.
이에 따라 정치권, 특히 야당과 일부 언론은 네이버에 뺏겼던 댓글을 기존 언론사로 돌리는 아웃링크와 네이버 편집에 대한 규제를 통해 포털에 부여된 미디어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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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응 입법조사관은 ‘법적 규제를 강화하면 자의적 해석과 과도한 규제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한할 수 있고, 민간의 자율적 조치를 통해서도 유사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해외 유사 입법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중한 입법적 검토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