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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廣場)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넓은 마당을 뜻하는 공간이다. 광장을 건축적으로 재해석해보자면 건축물들로 둘러싸여 만들어진 방형(方形)의 공간으로 도시조직의 매듭 역할을 하는 자유로운 공터를 뜻한다. 즉 공간적으로 광장은 ‘면(面)’의 성격이 극대화된 공간이다. 영어권에서는 ‘사각형’을 뜻하는 스퀘어(Square)를, 스페인어권에서는 ‘장소(place)’를 의미하는 플라자(Plaza)를 사용해 광장을 지칭하는 이유도 이러한 광장의 본질 때문이다.
광장이 면의 공간이라면 길은 선의 공간이다. 흔히 접하는 점, 선, 면의 비교에서 길과 광장은 선과 면의 관계라 해도 틀리지 않다. 이 지점에서 현재의 광화문광장을 떠올려 보자. 광화문 광장은 ‘선(線)’인가, 아니면 ‘면(面)’인가. 물론 꽤 넓은 바닥이 마련돼 있지만 30m밖에 되지 않는 폭에 길이 600m에 달하는 광장이라면 도시에 하나의 굵은 선을 긋고 있는 형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광화문 광장이 있는 세종로의 원형은 육조거리였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좌, 우에 의정부와 예조 등 관아들을 위계에 맞게 배치했고 각 건축을 앉힘에 있어 정문을 육조거리에 직각으로 둠으로서 경복궁 내에서 임금과 신하가 서는 형상을 건축적으로 재현했다. 이 육조거리가 일제강점기 조선의 체제인 ‘육조’개념을 말살하기 위해 ‘광화문통(通)’이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해방 후 ‘세종로’가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 기존의 53m 폭 도로를 100m로 확장하며 거대한 대로(大路)가 됐지만 이곳은 분명히 ‘길’의 본질을 지닌 땅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광화문광장은 역사적으로 길, 즉 선의 형상을 근본으로 하는 땅에 면의 성질인 광장을 끼워 넣은 셈이다. 길의 끝에 광장이 있고 다시 광장에서 길이 시작되는 보통의 도시공간에서는 찾기 힘든 유형이다. 길 위의 광장만해도 선과 면의 충돌인데 길에 ‘틈’을 만들어 섬처럼 띄워 놓았으니 광화문광장의 존재와 형태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구축된 공간은 반 영구적이다. 건축가의 작업이 신중해야 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광화문광장은 이미 만들어진 공간이며 게다가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가 주목할 일은 광화문광장의 다음 이야기다. 현재 올해 말 최종안 도출을 목표로 광화문광장을 둘러싼 세종로와 율곡로의 지하화 계획이 논의 중이다. 고립된 ‘선형 광장’을 다시 도시와 이어주고 광화문 인근 전체를 보행공간으로 전환해 광장 본연의 ‘면의 성질’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과연 선과 면, 길과 광장이 편안하게 공존하는 청사진이 탄생하게 될까. 비평의 시선을 유지해야 할 사람들은 공무원, 건축가, 도시계획가들이 아니라, 광장의 진짜 주인인 우리 시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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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現) Architects H2L 대표
- 현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
- 건축사/건축학박사/미국 친환경기술사(LEED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