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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외신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도시바 인수 후보군은 SK하이닉스와 미국 통신 반도체 업체인 브로드컴(Broadcom) 연합,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혼하이정밀공업(鴻海·폭스콘) 등 네다섯 곳으로 좁혀진 것으로 파악된다.
도시바 입찰에 참여한 10여 개 기업과 컨소시엄 가운데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미국 IT 기업이 심사 과정에서 대거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도시바 지분 입찰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선택할 수 있는 후보군이 대폭 줄었다.
도시바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들면서 SK하이닉스의 1차 입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IHS마킷도 SK하이닉스 등의 유력 인수업체로 꼽았다. 월터 쿤((Walter Coon) IHS마킷 이사는 최근 미디어 브리핑에서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이 도시바를 직접 운영하는 것보다 여러 부품 업체를 경쟁시켜 낮은 가격에 공급받는 게 낫다”며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WD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SK하이닉스를 배제한 나머지 기업이 복수의 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일본의 반중 정서에도 폭스콘이 작정하고 높은 입찰가를 써냈다면 브로드컴과 WD, 폭스콘이 1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 폭스콘이 도시바 입찰가를 3조엔(약 30조9000억원)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폭스콘이 제시한 3조엔은 다른 경쟁업체보다도 1조~2조엔 높은 금액이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도시바가 이런 유혹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폭스콘은 지난해 일본 전자업체 샤프를 인수할 때에도 다른 업체보다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해 경쟁업체를 물리친 전력이 있다.
이번 입찰에서 브로드컴은 입찰가로 2조엔(우리 돈 약 20조7000억원)을 써냈고, SK하이닉스와 WD가 각 1조엔(약 10조3500억원)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도시바 반도체 지분 가격을 1조엔에서 최대 2조엔 대가 적정가로 분석하고 있다.
한편, 도시바는 예비 입찰에서 최소 2곳 이상 업체를 선정해 협상 대상자 자격을 부여하게 된다.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서면 실사 자격이 생긴다. 서면 실사 땐 분사를 준비 중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재정 상태와 회사 상황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서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