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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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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재 기자I 2013.09.13 1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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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 댄스뮤지컬 ’키스 더 춘향‘ 시즌 2을 봤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관람이다. 시즌 2답게 전작보다는 한층세련되고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이었다.

이데일리와 춤다솜무용단이 제작한 이 작품에 ‘시즌’이란 꼬리표를 달았다는 것은 앞으로 계속 공연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고전 ‘춘향전’을 기본으로 동시대의 트렌드와 감성으로 재해석했듯이 앞으로도 다양한 접근을 통해 색다른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상업적인 요소를 가미한다고 해도 순수 공연물이 해를 넘겨 공연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많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재정문제다. 일정기간 많은 출연진과 스태프등이 참여하는 과정과 무대를 형성화하는 작업에 적지 않은 돈이 든다는 것이다. 영화, 방송 등 복제가 가능한 예술이 아닌 일회성이기에 더욱 그렇다. 영화는 한번 만들어 같은 것을 여러 곳에서 반복적으로 상영하면 된다.

일회성의 아우라(Aura)를 맛봐야 하는 연극 뮤지컬 무용등 공연물은 태생적으로 매회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서 순수 공연물은 기업으로 대표되는 후원자(patron) 없이는 공연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업이 순수 공연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기란 생각처럼 쉽지 않다. 한 두번 참여했다가 그만 두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개는 예상 밖에 큰 돈이 들어간다는 것과 그로 인한 기업과 문화예술 종사자간의 인식차이가 크다는 거다.

문화계가 이른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 는 ‘팔거리 원칙’(Arm’s Length Policy)과 관행을 주장하는 반면 기업측에선 자금 집행과정 및 재정의 투명성등을 이유로 들어 재정 관련 증빙자료를 요구한다. 기업의 요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을’일수 밖에 없는 문화 종사자 입장에선 낯설고 불편한 일일 것이다. 실제로 몇몇 문화단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업이 늘 갑의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다. 순수분야가 아닌 대중문화산업쪽으로 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기업이 투자하고 싶어도 받아주는 않는다는 거다. 요즘 잘 나가는 뮤지컬이나 영화제작에 참여하려면 여간 어렵지 않다. 일정 기간 일정 액수로 수업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거의 불문율이다.

문화와 후원자와의 만남은 꽤 오래전부터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문화예술은 지원을 받으면 성장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음악, 미술, 무용, 연극등 오늘날 문화예술의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는 예술들은 왕, 귀족, 유지, 사업가등의 후원을 받았다. 널리 알려진바 대로 15~16세기 이탈리아에서 르네상스시대가 꽃피울수 있었던 것도 학문및 예술지원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메디치가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중부지방 피렌체공화국에서 은행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메디치가는 문예부흥사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피티, 우피치 궁전, 산타크로체 교회 등에서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지오토 등 유명 예술가의 작품들을 볼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이렇듯 문화예술에서 후원자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기업은 후원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선 안된다. 문화예술 관계자들은 양질의투자를 쫓아내선 안된다. 문화예술인의 기질과 관행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기 보단 기업에 친절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같이해야 한다. 문화와 기업, 이젠떼려야 뗄수 없는 짝이 됐다. 서로의 입장과 방식을 인정해주면서 상생 할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우리의 문화계는 추석명절의 차례상 만큼이나 풍성 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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