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과 동시에 인사파트에 이 같은 특명을 내렸다. 유통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의 특성상 여성 인력의 섬세함과 따뜻한 리더십이 그 어느 분야보다 절실했지만 그에 걸맞는 여성에 대한 대우는 충분치 않았다는 게 신 회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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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오는 17일부터 출산하는 모든 여직원들이 별도로 신청하지 않더라도 1년간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부여하도록 했다고 16일 밝혔다. 회사나 동료들의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을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출산한 모든 여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하도록 한 것이다.
롯데는 그간 다른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육아휴직 신청자만 휴직을 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출산 후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여성 비율이 32%나 됐다. 3명중 1명은 출산휴가 직후부터 다시 회사에 나온 셈이다.
롯데는 이번에 이를 바꿨다. ‘근무하겠다’고 별도로 신청한 여성을 제외하고 모든 여직원이 1년간 육아휴직을 쓰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는 롯데의 모든 계열사에 적용된다. 정규직뿐 아니라 파트타임 사원도 적용 대상이다.
아울러 휴직 후 복직을 앞둔 여직원들에게는 사이버 재택교육을 통해 복귀에 대한 걱정을 덜어주고, 빠른 적응을 돕기로 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육아휴직 제도 개선에 대해 일부 파트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발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회장의 생각이 워낙 확고했고, 좀 더 멀리보는 장기 투자의 개념으로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맞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평소 “앞으로 여성 인력의 활용 여부가 성공하는 기업의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할 만큼 ‘여성 인력 예찬론자’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전체 인력의 35%를 여성으로 채용했다.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채시 여성 인력이 30%를 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아울러 롯데그룹은 올해 초 사상 최초로 내부 승진을 통한 여성 임원을 배출하는 등 여성 인력 정책에 대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재계도 롯데그룹의 이번 조치를 파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계륵’으로 여기고 있는 육아휴직제도에 대해 롯데가 선도적으로 나선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롯데가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 적잖이 놀랐다”며 “신 회장 취임 이후 롯데가 많은 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 일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