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즐길만 한 이유는 많다. 리먼브러더스 사태이후 수직낙하하던 글로벌 경기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고 기업들의 실적도 양호하다. 이에 힘입어 잠자던 대기성 자금도 제 갈 길을 찾는 모습이다. 특히 경기움직임에 6~9개월 선행해 움직였던 글로벌 증시는 특유의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시점에서 투자자들의 질문은 한 곳으로 모인다. 이머징 증시는, 위험자산은 더 오를 것인가, 이를 뒷받침할 에너지는 충만한가.
◇ 분출하는 이머징 증시
이머징 주식시장은 이미 지난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일 FTSE 월드이머징지수는 433.2로 올라섰다. 지난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전 세계 증시가 패닉에 빠지기 1주일전과 같은 지수대다. 작년 10월 저점과 비교해선 90.1%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
이머징 증시의 분출로 `선진국 증시와의 디커플링`에 대한 믿음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모간스탠리의 마이클 왕 스트래티지스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시장의 경우 선진시장을 좇아가기 마련이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와 남미는 은행부문의 부실이 적어 신용대출이 빠르게 재개되고 있다"면서 "이같은 신용시장의 회복이 이머징 시장의 경기회복속도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달러·엔 약세..엔캐리 부활할까
미국과 영국 중국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제조업 경기의 회복세는 큰 손들의 불안감을 덜어줬다. 동시에 더 이상 안전금고에만 돈을 넣어뒀다가는 기회를 놓칠지 모른다는 조바심도 키웠다.
|
일본 엔도 사정은 비슷하다. 유로나 주변 아시아국 통화 대비 하락 움직임이 완연하다. 반면 캐나다 달러와 터키의 리라, 브라질의 레알, 남아프리카의 랜드 등은 상대적인 강세흐름을 보이고 있다.
위험선호는 이머징 채권시장에서도 두드러진다. 고금리에 굶주린 투자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올들어 이머징 시장에서 발행된 채권 규모는 데이타 축적이 시작된 지난 1962년 이래 최대치를 나타냈다.
일각에선 엔 가치하락이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엔캐리트레이드(엔 차입거래)의 부활을 점치는 이도 등장했다. 엔캐리트레이드는 금융위기전 상품과 이머징 주식 등 위험자산의 급등을 불러왔던 수급동력이었다.
저리에 엔을 빌려 높은 수익률의 이머징 통화자산에 돈을 넣으려는 투자자 입장에서 엔이 추가로 하락할 경우 상환부담이 줄어들어 더 높은 차익을 얻을 수 있다. 미쓰비시-UFJ의 리 하드맨 애널리스트는 "엔은 그간 고평가 상태였기 때문에 향후 달러 보다는 엔의 낙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 시장 에너지는 충만한가
|
주가이익비율(PER)을 기준으로 살펴본 이머징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이미 2007년 10월의 고점(20배)에 바짝 다가섰다. 향후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겠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추가 상승여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월리엄페섹 같은 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의 힘으로 주식시장을 계속 끌어올리다간 언젠가 터지고야 마는 자산버블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빠른 경기 회복세는 주가 오름세를 정당화해 줄 것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미 2분기 기업들의 실적을 통해 이를 확인했다는 의견을 펴는 이도 있다. 모간스탠리의 왕 애널리스트는 "이머징 시장에 초기적인 자산 버블 가능성이 있지만 이것은 우리의 기본 전제가 아니다"라며 "이머징과 글로벌 증시의 오름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시적인 경기개선에 방심해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발 금융쇼크와 경기후퇴의 상처가 워낙 컸기에 후유증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자들의 우려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씨티은행의 한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미국의 상업용부동산과 지지부진한 고용과 소비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위협할 불안요소는 산적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