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기자] 기업 조세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재계간에 일부 엇박자가 감지되고 있다.
인수위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해 신중한 태도로 한 발 물러섰다. 반면 재계는 "당초 공약대로 낮춰달라"고 공약실천에 빨리 나서줄 것을 공식요청했다.
재계는 한걸음 더 나아가 대기업 상속세 경감 등도 요구하고 나섰다. 다소 앞서가고 있는 형국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인수위측에 전달한 `한국경제 미래를 위한 실천과제`라는 건의서에서 재계는 다양한 세부담 경감 방안을 새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건의서에서 재계는 현행 `과세표준 1억원 초과 2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억원 초과 20%`로 낮추겠다던 이 당선인 공약을 당초 방침대로 시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같은 요구는 최근 인수위 내부에서 대기업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없던 일로 하고 10%인 중소기업 최저한세율만 8%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인수위측에서는 대기업에게 해당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할 경우 당장 6조원 정도의 세수가 줄어들어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법인세율 인하는 당장 세수 감소를 초래하지만 장기적으로 새로운 재정 수입원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며 "경쟁국들의 법인세율 인하 추이를 감안해 달라"며 재검토를 요구하는 형국이다.
더구나 재계는 이번 건의서에서 기업들의 상속세율을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한편 특히 대기업들에게 적용되는 20~30%의 할증과세를 없애 달라고 요구했다.
또 기업의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적용 배제, 결손금 이월공제기간 확대, 수입 배당금 공제비율 확대 등 다양한 세 부담 경감 방안도 제기했다.
반면 인수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대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도, 지원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전제하고 "재계의 일부 요구를 검토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 세수 감소를 초래하는 대기업 세금 감면은 사실상 검토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의 관계자는 "인수위측에서 대기업 지원을 배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것은 재계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라면서도 "이는 중장기 과제로 제시됐기 때문에 경제상황에 따라 시간을 두고 검토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