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정훈기자] 국고채 3년물을 대상으로 한 국채선물에 이어 통안채 1년물을 대상으로 하는 통안증권 금리선물이 상장되면서 채권선물도 만기별로 기간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됐다. 동시에 다양한 거래를 위한 기반도 마련됐다.
다양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 유동성이 확보돼야 한다. 선물사들의 마켓메이킹과 개인투자자들의 스펙거래로 얼마나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통안증권 금리선물이 상장되면 단기채권, 단기운용 펀드에서도 선물상품의 기본적 기능인 헤지가 가능해진다. 현-선물, 스왑 등을 이용한 차익거래, 국채선물과의 스프레드 거래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단기펀드의 위험관리 뿐만 아니라 거래 활성화, 현-선물, 스왑 등 각종 시장 가격의 효율성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기 유동성 확보..마켓메이킹 불확실
1년물 통안증권 금리선물이 상장되면서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국채선물과 같은 성공적인 상품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원론적으로야 다양한 활용 방안이 얘기될 수 있고 그에 따른 시장 영향도 추측해볼 수 있겠지만, 과거 CD선물이나 국채선물옵션처럼 상장 초기에 "왕따" 당할 경우 쉽사리 정상궤도에 올라서기 힘들다는 것.
한 선물사 법인영업팀장은 "과거 다른 상품을 봐도 초기 3개월 정도에 상품의 성패 여부가 판가름났다"고 전제한 뒤 "일부 선물사들이 마켓메이킹을 생각하고 있지만, 거래가 늘지 않을 경우 얼마 지나지 않아 마켓메이킹을 포기할 가능성도 커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어 "상장시기도 그다지 좋지 않아 채권시장의 변동성이 크게 줄어드는 시점에 상장이 이뤄지는데다 기관들도 북(book)을 닫게 돼 거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선물사들도 통안증권 금리선물 마켓메이킹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지만 상장이 얼마 남지 않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 LG 동양 제일 등 일부 대형사들이 마켓메이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실제 해당 선물사에서는 아직 "검토중"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물업계에서는 통안증권 금리선물이 3년 국채선물만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CD선물이나 국채선물옵션보다는 유동성이 높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스펙거래 메릿 있을 듯
통안증권 금리선물은 국채선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펙 거래의 메릿이 높다는 분석이다. 결국 개인의 스펙거래가 마켓메이킹의 부족한 부분을 커버해주기를 기대하는 셈.
1년만기 통안채의 변동성은 3년 국고채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실제 한 증권사는 과거 3년간 통안증권 금리선물의 일평균변동폭이 4틱으로, 국채선물의 24틱에 비해 크게 낮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투기적인 거래 메릿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국채선물에 비해 증거금이나 1틱당 가치, 수수료 등에서 부담이 적어, 적은 변동성을 감안해도 스펙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안증권 금리선물의 계약당 증거금 수준은 100만원이고 1틱의 가치는 2만원이다. 아직 계약당 수수료는 책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국채선물의 5000원보다 다소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1틱만 움직인다고 해도 1만5000원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계산상 1~2틱 움직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수익을 올릴 수 있어 통안증권 금리선물이 의외로 개인 선호 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개인이 유동성을 공급해줄 경우 생각보다 거래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기펀드 리스크관리 수단
선물거래에서 헤지 기능은 기본이다. 원리적으로는 단기채권이나 단기펀드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통안채선물을 이용해 헤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통안채나 단기 금융채에 대한 딜링 수요가 많지 않은데다 MMF 등 단기펀드의 경우 헤지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한 투신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통상 1년 이내 펀드에서는 매칭용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MMF 등 단기펀드 헤지 수요도 어느 정도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금융채 발행이 많았기 때문에 단기나 중기펀드에서 헤지로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SK증권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과거 시계열자료를 보면 통안증권이 1bp 증감할 때 은행채는 1.0567bp, 금융채는 0.9977bp 움직이며, 과거 시계열 패턴이 지속될때 선형회귀식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은 각각 96.60%, 92.7%로 헤지효과는 충분해 보인다.
다만 실제 이같은 헤지효과에도 불구하고 거래를 할 지는 미지수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MMF 만기가 얼마되지도 않는데 굳이 통안증권 금리선물로 헤지한다면 은행 정기예금과 다를 게 뭐 있겠나"고 반문했다.
다른 투신사 매니저도 "헤지를 위해 선물을 운용하지만 유동성이 풍부하고 적은 규모로 헤지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3년 국채선물을 주로 활용하고 있어 굳이 통안증권 금리선물을 이용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F/X포워드 헤지 가능..외국계은행 참여에 기대
투신권의 펀드 헤지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오히려 외국계 은행의 시장 참여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다. 외국계 은행에서 거래하는 F/X 1년 포워드의 헤지용으로 통안증권 금리선물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외국계 은행 딜러는 "외국계 은행의 머니마켓 데스크나 F/X 1년 포워드를 매매하는 딜러들이 통안증권 금리선물 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원화 펀딩을 할 때 금리가 신경쓰였는데, 이제 기준물이 생겨 헤지에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 F/X 데스크에서 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표채가 아니라 제로쿠폰 할인채라는 점에서 통안채선물이 IRS에 비해 매매하기 쉬운 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런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선물사 영업담당자는 "현재 국내에서 1년 포워드를 거래하는 외국계 은행이래봤자 10개 이내에 불과하다"며 "크게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차익거래 여지 적어..초기 저평가 기회는 노려볼만
통안채선물 상장으로 통안채 현물과 선물, 통안증권 금리선물과 금리스왑 1년물간 차익거래가 가능해지지만 거래 활성화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상장 초기에 통안증권 금리선물이 크게 저평가될 경우 차익거래를 노려볼 만하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현물과 선물간 차익거래는 통안채가 통합 발행되지 않고 있어 기초자산인 통안채와 통안증권 금리선물 간의 차익거래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회는 있다. 삼성선물 정대용 박사는 "예전 3년 국채선물이 처음 상장됐을 때 100틱 가까이 저평가되는 등 상장 초기에 비합리적인 저평가를 보였다"며 "통안증권 금리선물이 상장돼 이같은 전철을 밟을 경우 현물을 매도하고 선물을 매수하는 매도차익거래(숏 아비트러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스왑 1년물과 통안증권 금리선물 간에서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도 가능하다. 국채선물과 금리스왑 3년물과 마찬가지로 통안채가 저평가됐을 때 통안증권 금리선물을 매수하고 스왑 1년을 페이하고, 반대로 통안채가 고평가됐을 때에는 통안증권 금리선물을 매도하고 스왑 1년을 리시브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스왑시장의 비정상적인 고평가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단기물 스프레드 역전 폭을 감안할 때 통안증권 금리선물 매수와 스왑 1년물 페이 수요가 나와 스왑 고평가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한 투신운용사 관계자는 "이론적으로 스왑과의 차익거래도 가능하지만 그동안 투신권 스왑펀드가 크게 손실을 냈기 때문에 이같은 수요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외국계은행의 참여가 변수"라고 말했다.
◇스프레드 거래, 국채선물 활성화에 간접 기여
통안증권 금리선물을 활용한 스프레드 거래도 가능해진다. 근-원월물간의 가격 차이를 노린 스프레드 거래가 일반적이지만 국내 선물시장에서는 원월물 유동성이 너무 낮아 이같은 전략은 구사하기 어려웠다.
통안증권 금리선물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근-원월물간 스프레드 거래보다는 오히려 국채선물과 통안증권 금리선물을 활용한 스프레드 거래가 더 주목받고 있다. 이 경우 통안증권 금리선물 상장이 국채선물 거래 활성화에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선물사 애널리스트는 "장-단기 스프레드거래에서 현물을 이용할 경우 거래대금이 많은데다 공매도해야하는 부담이 있지만 국채-통안선물 스프레드 거래를 활용하면 그런 부담이 없어 거래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다른 선물사 관계자는 "1-3년선물 스프레드 거래가 가능할 것이지만 시장에서 주가 되는 것은 오히려 3-5년간 스프레드"라며 "단기금리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유동성 확보는 가능할 듯..시장기능 제고 기대
다양한 활용 방안이 실제 시장에서 나타날 지는 미지수지만, 현재로서는 통안채선물이 기본적인 유동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성공보다는 선물 기간구조 마련이나 가격 효율성 제고 등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현재 선물업계에서는 "이러다 제2의 CD선물, 국채선물옵션의 운명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절반의 성공" 정도는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투신사 관계자는 "통안증권 금리선물의 경우 국채선물에 비해 듀레이션이 짧아서 부담도 적고 현-선물 연계 거래시 방향이 빗나가도 부담이 적다"며 "이런 낮은 리스크와 함께 단순한 상품구조도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최근 자금이 단기화되고 있고 투신권의 단기펀드 설정이 늘어나고 있다"며 "투신권에서도 통안증권 금리선물을 펀드의 초과 성과를 낼 수 있는 돌파구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물론 앞서 밝혔듯이 통안증권 금리선물의 증거금과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낮아 레버리지 효과면에서도 거래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통안채선물이 상장하자마자 성공할 수 있을 지 보다는 시장기능이 제고된다는 측면에 무게를 둬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통안증권 금리선물에 이어 5년 국채선물 상장도 논의되고 있어 선물시장에서도 만기별 기간구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며 가격면에서도 효율성이 높아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