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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성환·추미애·주민들 만난다…동서울변전소 ‘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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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길 기자I 2025.11.22 07:59:30

22일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첫 현장방문·대화
주거밀접지역에 ‘50만볼트 변환소 신설’ 쟁점
정부 “에너지 고속도로 0순위 국정과제 속도”
주민 “일방적인 전력망 특별법 강제집행 반대”
전문가 “강행시 제2 밀양 사태…주민과 풀어야”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와 경기도 하남시 주민들이 만나 동서울변전소 증설 갈등의 대책을 논하는 자리가 처음으로 추진된다. 이재명정부 국정과제 ‘에너지 고속도로’(전력망 건설 국책사업)의 0순위 단계인 동서울변전소 증설이 주민수용성을 고려해 추진될지 주목된다.

22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이날 오후 1시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감일동 주민 등이 포함된 ‘동서울변전소 증설반대 5자협의체’와 만날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 5자협의체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서울변전소 증설 논란이 지난해 여름에 본격적으로 불거진 이후 소관 부처 장관이 감일동 현장을 찾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5자협의체는 주민들이 결성한 동서울변환소반대태스크포스(TF)를 비롯해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하남갑 의원), 국민의힘 이용 전 의원(하남갑), 하남시청, 하남시의회로 구성돼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 5자협의체 관계자들 모두 22일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간담회에 앞서 5자협의체는 동서울변전소 현장을 찾아 공사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전력(015760)의 설명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감일동 주민들이 정부에 현장 방문 및 주민과의 대화를 요청했고 김 장관이 이를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면담 일정은 김 장관의 해외 출장 일정을 고려해 22일로 결정됐다. 김 장관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관련해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 17~19일 참석한 뒤 귀국했다.

감일동 주민센터 앞에 김성환 장관의 방문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감일동은 영유아, 청소년, 다자녀, 신혼부부 등이 주로 사는 4만명(1만4000가구) 주거밀접지역이다 보니 곳곳에 어린이 보호구역이 많다.(사진=주민 제공)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사진=이데일리DB)
쟁점이 되고 있는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은 한전이 추진 중인 국책사업이다. 공식 사업명은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변환소 증설’ 사업(한전 100%·송전선로 비용 포함하지 않은 총사업비 6996억원)이다. 이는 기존 변전소(345kV)를 실내에 설치하는 옥내화 공사와 함께 초고압 설비인 500kV 변환소를 신설하는 것이다. 500kV 변환소가 주거밀집지역에 설치되는 것은 전국 첫 시도다.

500kV 변환소는 총길이 280km 동해안~수도권 HVDC 송전선로의 2단계 종착지다.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동서울변전소의 변환소 신설과 관련한 동서울·수도권 송전선로는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고속도로’ 국정과제 순위에서 가장 이른 ‘0단계’로 표시돼 있다.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대 우선 공급 약속, 인공지능(AI) 시대 수도권 전력 수요 증가와 맞물려 전력망 신설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변환소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타고 오는 전기가 통과하는 톨게이트 같은 곳이다. 한전이 하남시 감일동 동서울변전소에 신설하려는 HVDC 변환소는 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전력 설비다. (사진=한전)
한전은 당초 2026년까지 변환소 증설을 종료하기로 했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완공 시기를 2027년 12월로 수정했다. (자료=한전)
이에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달 2일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를 열고 전국 99개의 송전선로와 변전소 구축 사업이 국가기간 전력망 설비로 지정했다. 하남시 감일동의 동서울변전소도 이같은 패스트트랙에 지정·포함됐다. 이같은 지정고시는 이달 5일 관보에 게재됐다.

전력망 특별법에 따르면 앞으로는 전력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로부터 받아야 하는 인허가는 지자체가 60일 내 허가 여부를 회신하지 않으면 허가한 것으로 간주된다.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행정절차도 지자체가 아니라 사업자인 한전이 수행한다. 지자체 특별교부세에 영향을 주는 합동 평가 지표에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협력 지표’도 신설한다. 송전탑 건설 속도전에 나서는 과정에서 하남시처럼 전력망 건설이 지연되는 경우 지자체 특별교부세 등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후부는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한전도 전원개발촉진법(전원법), 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송주법)에 따라 진행돼 위법한 절차가 없는 만큼 신속히 변환소 공사를 착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하남시 감일동 주거단지에서 바라본 동서울변전소 모습이다. 사진 왼쪽 부분에 옥내화 공사가 진행 중이다. HVDC(초고압직류송전)변환소 신설 공사는 주민 반발로 현재 진행되지 않고 있다. 소음이 인근 주거지역 측정 시 기준치 이상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SVC 제어동(사진 오른쪽 부분) 옥내화는 확정되지 않았다. (사진=최훈길 기자)
변환소 신설 예정 부지(사진 오른쪽)와 제일 가까운 아파트 단지(한라비발디 2차) 간 이격거리가 직선거리로 150m에 불과했다. (사진=최훈길 기자)
500kV 변환소를 신설하려는 장소(사진의 오른쪽 윗부분)인 하남 감일동에는 1만4000가구, 약 4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영유아, 청소년, 다자녀, 신혼부부 등이 주로 살고 있다.(사진=동서울변전소 증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그러나 주민들은 “이대로 가면 제2의 밀양 송전탑 사태가 또 터질 것”이라고 증설에 반대 입장을 표했다. 주민들의 핵심 요구는 500kV 변환소를 감일동이 아닌 대체 부지에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유아, 청소년, 다자녀, 신혼부부 등이 주로 사는 4만명(1만4000가구) 주거밀접지역에 80만볼트가 넘는 신규 원전 5기 규모의 전력 설비(설비용량 7GW)가 위치하게 되면 생존권·환경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참조 이데일리 11월9일자 <“아이들은 ‘전력망 마루타’ 아닙니다”…추미애 하남 무슨 일?>)

주민들은 변환소 예정 부지와 주거지 간 거리(최근접 아파트 이격거리 150m)가 놀랄 정도로 가깝고(최근접 아파트 이격거리 150m), 주민이 체감하는 소음과 전자파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은 “하남시와 한전이 2023년 10월에 일반 주민들 모르게 변환소 신설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깜깜이 불통으로 추진됐다”며 밀실 논의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5자협의체는 지난 6일 한전 관계자들과 회의를 한 뒤 정부 차원의 공식 논의를 촉구하기로 했다. 5자협의체는 지난 8일 5자 협의체 일동(동서울변환소반대TF·하남시청·하남시의회·더불어민주당 하남갑 추미애·국민의힘 하남갑 이용) 명의의 성명서에서 “이번 동서울변전소 증설 관련 갈등 사안을 국무총리 갈등조정위원회에 정식 회부할 것을 (기후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체는 “정부와 한전의 기습적·배제적 행정으로 발생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국무총리와 중앙정부 차원의 조정과 책임 있는 대응을 확보하며, 주민과의 소통과 협의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해결 방안을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단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총리, 김성환 장관이 동서울변전소 갈등을 갈등조정위원회로 회부해 정부 차원에서 직접 챙기는 의지를 보일지가 관전 포인트다.

김은경 동서울전력소 증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력망 특별법이 시행되자마자 주민의 의견을 전달할 창구 조차없이 기관의 장들로 꾸려진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의 일방적인 심의로 지정고시가 났다”며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강제집행이며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인간과 산업의 가치 중에서 정부가 생각하는 우선은 무엇인가”라며 “형식적인 주민간담회가 아닌 문제점에 대한 재논의를 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감일복합커뮤니티센터 앞에 ‘감일에서 걱정없이 아이키우고 싶은 부모 일동’ 명의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주민 제공)
한전에 따르면 동서울변전소에 설치 예정인 변환소 전력은 △삼척그린파워(강원 삼척·남부발전), 북평화력발전(강원 동해·GS동해전력), 강릉안인화력발전(강원 강릉·강릉에코파워) 등 석탄화력발전 △신한울 1~2호기(경북 울진·한국수력원자력), 한울 1~3호기(경북 울진·한수원) 등 원전 △양양 발전(강원 양양·한수원) 등 양수발전에서 공급받는다. 총리 주재 제1차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에서는 하남 변환소 신설 목적을 “동해안 발전제약 해소”라고 밝혔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시민단체는 “이재명 정부가 탈석탄,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도 이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정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실행위원장(경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기후위기 시대에 좌초자산이 될 동해안 석탄화력을 살리겠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서울 밖에서 전기를 끌어오면서 송전탑, 변전소 인근 주민들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는 방식의 분산 에너지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희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교수)는 “왜 우리 지역에 전력 설비를 건설하려고 하는지 사전에 충분히 알려주지도 않고 공사를 강행하려고 하니 주민들 반발과 박탈감이 심한 것”이라며 “전력망특별법으로 오히려 이를 더 강행하려고 하니 이대로 가면 심각한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인 아고라에너르기벤데 소속 염광희 선임연구위원은 “패스트트랙을 담은 전력망특별법 내용을 보면 제2의 밀양 사태가 우려된다. 하남 등 전력망 갈등이 있는 곳에서 공사를 강행하면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들과 수많은 토론을 거쳐 전력망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독일처럼 우리 정부도 직접 나서서 주민과 함께 전력망 갈등을 풀어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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