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일지라도…타인의 마음 읽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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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5.10.22 05:35:00

소설 ''절창''으로 돌아온 구병모 작가''
상처에 손 대면 마음 읽는 여성
인간 감정에 대한 깊은 고민 담아
화해할 수 없는 타인과 공존하는 삶
오독은 필연…그럼에도 노력해야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서로 다른 둘 이상의 사람이 존재하는 한 오독(誤讀, 틀리게 읽음)은 필연이며 인간의 영원한 미해결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구병모 작가. (사진=구병모 작가 제공)
신작 장편소설 ‘절창’으로 돌아온 구병모 작가가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밝힌 이번 소설의 집필 계기다. 구 작가는 우리가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음을 ‘오독’으로 표현했다. 이는 책을 읽는 행위와도 비슷하다. 우리는 한 권의 책을 읽은 뒤 책의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관점에서 책을 읽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구 작가는 “타인에 대한 오독은 책을 오독하는 것과 닮았다”고도 말했다.

‘파과’ 인기 힘입어 출간 동시 베스트셀러

구 작가는 60대 여성 킬러의 이야기를 그린 ‘파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8년 출간된 ‘파과’는 전 세계 13개국에 수출되고 뉴욕타임스 선정 ‘주목할 만한 책 100선’에 올랐으며, 올해 영화로 개봉해 다시 주목을 받았다. ‘파과’의 인기는 ‘절창’으로 이어지고 있다. ‘절창’은 출간과 동시에 교보문고, 예스24 주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소설 ‘절창’ 표지. (사진=문학동네)
구 작가가 ‘절창’에서 내세운 주인공은 타인의 상처를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는 여성 ‘아가씨’다. 제목 ‘절창’(切創)은 ‘칼이나 유리 조각 따위의 예리한 날에 베인 상처’를 뜻하는 단어. 구 작가는 “평소 적어둔 메모 중에 ‘상처를 읽는 사람’, ‘남의 마음을 읽는 사람’ 정도의 가벼운 한 줄이 있었다”며 “‘읽는다’는 동사를 공통 적용할 수 있는 목적어인 책을 접목해 구상한 소설이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아가씨’를 비롯해 아가씨의 능력을 이용하려는 사업가 ‘문오언’, 문오언이 아가씨를 위해 채용한 ‘독서 교사’ 등 3명의 화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미스터리 범죄물의 스토리, 세 인물의 서로 다른 시선이 만들어내는 서스펜스, 그리고 구 작가 특유의 만연체(서술의 호흡이 긴 문체) 문장이 절묘하게 녹아들어 독자를 흡입력 있게 빨아들인다.

장르소설이지만 그 속엔 인간의 감정과 내면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자신의 상처를 읽어주길 바라는 문오언과 문오언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는 아가씨의 관계를 통해 독자는 타인을 ‘읽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질문하게 된다. 구 작가는 “‘파과’가 범죄 누아르의 외피를 입고서 낡아가는 인간의 감정과 회고에 초점을 맞췄다면, ‘절창’은 타인을 읽는 것과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파고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라는 메시지

구병모 작가. (사진=구병모 작가 제공)
소설은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태초부터 운명 지어진 비극”이라며 세상을 향한 비관적인 시선을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까진 포기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작은 희망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이는 구 작가가 소설을 통해 보여온 세상을 향한 시선이기도 하다. 그는 “데뷔 후 16년 동안 써온 소설의 대부분이 인간은 희망이 없으며, 세상은 조금씩 멸망하는 중이거나 이미 멸망했다는 이야기”라면서도 “시간이 흘러가면 인간은 어느새 비극을 통과한 상태가 된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친구와 책, 그림, 음악, 때로는 의학적 도움을 찾게 되는 것 아닐까”라고 언급했다.

책장을 덮는 순간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다”라는 문장이다. 사랑이 발효되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결국 사랑과 상처의 본질은 같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구 작가는 “최근 인상 깊게 본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에서 ‘그것을 왜 좋아하는지 말하려면 이제 내가 살아온 인생 전부를 얘기할 수밖에 없지’라는 글을 봤다”며 “‘절창’ 또한 상처에 대해, 그리고 상처가 어떻게 누룩이 되는지 이야기한다”고 부연했다.

‘절창’을 읽다 보면 마치 영상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절창’의 영상화 가능성을 묻자 “인연이 닿으면 닿는 대로 전문가 집단에 진행을 믿고 맡기겠다는 정도의 생각만 있다”면서 “‘파과’로 한 차례 (영상화) 경험을 한 만큼, 제안이 구체적으로 들어온다면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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