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기무사 명칭 변경…사령관, 대통령 독대도 폐지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던 보안사의 ‘힘’이 크게 꺽였던 때가 1990년 민간인 사찰 파문 이후입니다. 당시 보안사에서 복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가 정치계, 노동계, 종교계, 재야 등 각계 주요 인사와 민간인 1303명을 상대로 정치 사찰을 벌였다고 폭로했습니다. 사찰 명단에는 당시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이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또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도 사찰 대상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 비판이 쇄도했고, 야당과 학생들을 비롯한 민주화 세력이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이에 따라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국방장관과 보안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부대 명칭도 기무사로 변경했습니다. 순수 군 관련 업무로 조직과 체제도 축소시켰습니다. 김영삼 대통령 집권 이후에는 대통령과 기무사령관의 독대도 폐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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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민간인 사찰 의혹
특히 기무사는 2014년 4월경 세월호 관련 유가족 모니터링 등 현장지원 TF를 운영하면서 세월호 추모 집회에 대응한 안보단체의 맞불집회를 돕기 위해 시위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희생자와 실종자 가족에 대한 사찰, 단원고 동향 사찰, 수색중단을 위한 논리 개발 등의 업무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무사는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당시 각종 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위수령 발령과 계엄 선포를 검토한 문건까지 작성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국방부 검찰단은 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의 작성 경위와 시점, 적절성, 관련 법리 등에 대해 확인 및 검토 작업을 거쳐 수사 전환 여부를 판단한다는 방침입니다.
기무사의 현재 모습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四面楚歌)입니다. 문재인 정부들어 이석구 사령관 체제로 전환된 지난 해 8월 이후 기무사는 4차례의 ‘고강도 개혁TF’를 운영하면서 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정치적 중립 준수와 보안·방첩 중심으로 임무와 기능을 재정립하는게 핵심입니다. 이에 따라 기무사 본부의 군 인사정보와 동향 파악 등을 담당하던 1처를 해체했습니다. 장병 사생활 확인도 금지하고 신원조사는 장군 진급자 및 주요보직 예정자만을 대상으로 범위가 축소됐습니다. 또 군사정보 분야도 국방 핵심 이슈에 대한 사실 위주의 안정적 상황관리를 위해 ’융합정보실‘로 통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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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같은 기무사 자체 개혁안이 미비하다는 판단에 따라 국방부는 민간위원들이 중심이 된 기무사 개혁위원회를 꾸려 ’환골탈퇴‘ 수준의 개혁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게 광역 시·도 11곳에 설치된 기무부대 폐지입니다. 대령급 지휘관이 담당하고 있는 이들 조직은 600·601·608·613 부대 등으로 60단위 기무부대로 불립니다. 각 지역의 군 부대 내에 설치된 기무부대를 지휘·감독하는 역할입니다. 국방부는 “기무사 개혁위원회서는 사령부 본부 조직 뿐 아니라 60단위 부대를 포함한 전 예하부대에 대한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게 현실화 될 경우 현재 4000여명 규모의 기무사 조직은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개혁위원회는 기무사 명칭 변경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특무부대, 방첩부대, 보안부대 이후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이름을 변경했는데 이번에 또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될 전망입니다. 보안과 방첩을 아우르는 명칭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부대 이름을 바꾸고 조직과 권한을 축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게 있습니다. 기무사 개혁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은 정권의 부당한 지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과거 정권에서 이뤄진 각종 불법 행위는 기무사가 스스로 하기 힘든 일들입니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들이었기 때문에 윗선이 개입돼 있다는 게 합리적 추론입니다. 군의 속성상 기무사가 상부에서 허용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국방장관이나 청와대 등 정권의 부당한 지시가 없어야 기무사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