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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OLED, 대체 뭐가 다를까

이재운 기자I 2017.10.06 12:00:00

삼성의 RGB, LG의 WOLED 선택..각기 다른 길로
장·단점 존재.."협력했다면 다른 결과 나왔을지도"

삼성 갤럭시노트8(왼쪽), LG 올레드TV(오른쪽). 각 사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앞세우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뭔가 양상이 이상하다. 한쪽에선 OLED의 장점을 강조하는 쪽과 OLED의 단점을 강조하는 쪽이, 다른 한쪽에선 반대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비밀은, 배경은 ‘같은 기술’을 가지고 ‘다른 방식’으로 구현하는데 따른 영향에 있다.

◇OLED를 미는 쪽, 폰은 삼성-TV는 LG

OLED는 이제 많이 알려졌다 시피 패널 내 각각의 소자가 직접 빛을 표현하는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말한다.소자 스스로 유기적인 작용을 통해 작용하는데, 별도 광원을 통해 색을 비춰주는 기존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선명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부터 가수 손담비를 앞세운 CM송 ‘아몰레드(AMOLED,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앞세워 OLED 패널의 휴대전화 적용을 앞세워왔다. 광고 내내 흐르는 ‘아몰레 몰레 몰레’ 구호는 사람들로하여금 OLED를 머릿 속에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삼성전자의 마케팅 조직에게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삼성전자의 AMOLED 디스플레이 생산을 독점적으로 맡아 온 삼성디스플레이의 이 시장 점유율은 98.3%로, 사실상 독점이나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등 중소형 패널 시장에서 삼성이 독주하고 있다면, TV용 대형 패널 시장에선 LG가 독주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세계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생산하는 업체다. LG전자는 자연스레 OLED TV를 고급형(프리미엄) 시장의 대표 주자로 밀고 있다. LG전자 혼자 ‘올레드(OLED를 발음 그대로 읽은 명칭)’ 브랜드를 밀며 고군분투하던 시장은 올해 들어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의 합류로 확산세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소니 제품이 호응을 얻으면서 LG디스플레이는 즐거운 비명을, LG전자는 약간의 딜레마를 안게 된 모양새다.

반면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여전히 LCD 기반의 제품이 주력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하반기 스마트폰 전략 제품 V30에 이르러서야 OLED를 적용했다. 한쪽에서는 훨훨 나는 이들이 왜 다른 편에서는 쩔쩔매고 있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정확히 반대편에 선 양대 그룹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LG 진영과 마찬가지로 OLED TV를 시장에 선보였다. 당시 CES나 IFA 등 세계 주요 국제 전자박람회에서는 양사의 신경전이 대단했다. 신제품을 줄줄이 대기시킨채 먼저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상대가 뭔가 공개하면 그와 비슷하거나 더 나은 제품을 내놔 상대방의 제품을 ‘덮어버리는’ 식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2013년 이후 OLED TV를 전혀 선보이지 않고 있다. 나아가 올해 들어서는 OLED TV 개발을 아예 접었다며 대신 퀀텀닷(양자점) 기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당시 한 자리수대에 불과한 수율(정상품 생산 비율)로 인한 손실 증가와 이에 따른 경쟁력 부족 판단에 따라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LG 진영의 경우 중소형 패널 분야에서 역시 상용화에 필요한 수준의 양산이 원활하지 못해 지난해까지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 측은 RGB 방식을 계속 고집해 중소형은 성공, 대형은 실패라는 결과를 낳았고, LG는 대형에서 우선 대안 발견에 성공한 반면 중소형은 RGB 방식을 고집해 시간이 늦어졌다.

두 방식을 비교한 표가 아래 있다. OLED 패널 제작에 필요한 각종 전자재료를 만드는 화학업체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가 제작한 표로, 각각의 업체가 채택한 방식의 차이점을 살펴볼 수 있다.

삼성 RGB 방식과 LG WOLED 방식 비교. 자료: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
◇‘RGB 방식’과 ‘화이트 방식’ 사이 갈등

RGB 방식은 빛을 이루는 3원색인 R(빨강), G(녹색), B(파랑)를 순차적으로 배치해 색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색상 표현이 가장 정확하고 선명하다. 삼성과 LG 모두 이 방식을 중심으로 상용화를 진행했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생산비가 너무 많이 드는데다, 실제 구현 난이도가 높아 불량률이 상당했기 때문.

삼성은 ‘펜타일’ 방식을 대안으로 찾았다. RGB 방식을 유지하되, RGB 소자로 가득 채울 경우 불량률 상승은 물론 화면이 지나치게 밝아 사용자가 불편하고, 여기에 배터리 소모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자를 이른바 ‘띄엄띄엄’ 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 RGB 방식의 기본 원리를 유지하면서 현실적인 사용환경을 고려했다. 하지만 대형 제품에는 이를 적용할 수 없었고, 결국 TV에서는 이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LG의 경우에는 RGB 소자를 한데 합쳐 배치하는 ‘W(화이트)-OLED’ 방식을 채택한다. TV의 경우 대형 화면에서는 구현이 어렵지 않아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중소형에서는 실제 사용 시 원활한 색상 표현이 어려워 역시 상용화에 도달하지 못했다. RGB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현실적 방안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겠지만, 대신 스마트폰에서는 구현이 늦어졌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OLED 양산을 시작한 건 2014년 애플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가 처음 등장하면서부터다. 여기에 공급하는 플라스틱OLED(유연하게 휘어질 수 있는 형태)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제는 LG전자의 V30을 시작으로 내후년쯤부터 애플 아이폰 신제품에도 이를 공급할 계획이다.

양사는 각자의 OLED 제품에 대해서는 장점만 늘어놓다가도, 어느 순간 상대 제품의 OLED의 단점에 대해서는 맹렬히 비판한다. 소비자들은 엇갈리는 주장에 종종 어리둥절해하고,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삼성과 LG는 그 동안 치열한 경쟁을 통해 우리나라의 전자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해왔다. 하지만 서로의 기술 협력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은 업계 내에서도 상당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서로 간에 기술 협력을 통해 각자의 기술을 발전시켜나갔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일본은 소니와 파나소닉 등이 필요할 때마다 뭉치는 점을 한 번씩 고려해봤으면 한다”는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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