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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주식 박멸!"..美 SEC 팔 걷어부쳤다

이정훈 기자I 2011.06.24 11:18:19

올해 409곳 등록취소·163곳 거래정지..전년비 증가
초저가주에도 `매매 주의보`..일부 뒷북 지적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진공 청소기를 만들던 팬텀 테크놀러지스라는 미국 기업은 지난 2002년 분기 보고서를 공시한 이후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 때마침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팬텀은 유령회사다"라는 글을 올렸고, 영업실적이 거의 없던 이 회사의 가는 곤두박질 쳤고 거래도 더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팬텀사는 지난달에서야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소형 이동통신사였던 칼립소 와이어리스는 지난 2008년 2월 이후 정기 보고서 공시의무를 한 번도 지키지 않았다. 거래가 거의 중단됐지만, 지난해 뜬금없이 한 인터넷 주식투자 사이트에 매수 추천 글이 뜨면서 주가가 5개월도 안돼 4배로 급등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달 7일 황급히 거래를 정지시켰다.

수영복 제조사인 어페럴 아메리카는 지난 1998년 이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다. 1999년에는 파산보호신청을 냈지만 취소됐고 거래는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난 13일에야 거래가 정지되고 등록 취소절차에 들어갔다.

▲ 연도별 뉴욕증시 거래정지 및 등록취소 기업수. 올들어 6월까지 이미 2009년, 2010년 연간 수치에 육박하고 있다.

 
워낙 상장 기업수가 많고 자율규제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미국 증시에는 이처럼 주가가 바닥까지 추락해 거래가 거의 되지 않는채 연명만 하는 속칭 `좀비 주식(Zombie stock)`들이 들끓고 있다. 결국 선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국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 부쳤다.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SEC는 주식투자 사기와 연계해 이같은 `좀비 주식`들을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키기로 하고 조사에 나섰다.

SEC는 총 1200개 기업을 조사대상에 올렸고, 올들어 이날까지 모두 163개사의 주식거래를 정지시켰고 공시의무 등을 위한한 409개사를 등록 취소시켰다. 이는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존 네스터 SEC 대변인은 "충분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조사에 시간과 노력이 좀더 필요하다"면서도 "투자 사기 등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위험이 있는 주식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SEC는 초(超)저가주에 대해 투자자들이 신중하게 매매하도록 경고했다.

주가 자체가 워낙 낮다보면 소규모의 매수와 매도에 따라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거짓 정보를 흘려 주가를 끌어 올렸다가 일시에 팔아 치우는(pump and dump) 전형적인 투기수법에도 노출되기 쉽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SEC의 움직임에 대해 `뒷북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된 종목들 중 다수가 거래없이 상장만 유지해 왔지만 SEC가 수년이 지난 이제서야 본격적인 솎아내기에 나섰다는 얘기다.

최근에도 SEC는 본토에 거점을 둔채 미국 기업을 인수해 뉴욕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이 사용한 `역 인수합병` 문제가 크게 문제가 되고 나서야 뒤늦게 주의보를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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