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株, 공매도 `빨간불`…외국인 먹잇감 되나

[이데일리 이정훈기자] 최근 유럽 선주들의 수주 취소로 주식시장에서 된서리를 맞고 있는 조선주들이 이번에는 수급상 악재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인은 다름 아닌 IT주 급락을 야기했던 외국인 공매도세력. 증시 침체에 자연스러운 조정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대외 악재에 처한 조선주가 외국인의 또다른 먹잇감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5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042660)과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등 대표 조선주들의 대차거래 잔고가 늘어나면서 공매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럽 선주로부터 8척의 수주 취소 통보를 받은 대우조선은 지난달 내내 전체 거래 가운데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1~2% 안팎에 그쳤지만, 지난달 말부터 4~15%까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37만주, 이달 4일에는 22만주에 이르는 대규모 공매도 물량이 쏟아지기도 했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 주식을 미리 빌리는 대차거래잔고를 보더라도 지난달 28일 490만주까지 줄었다가 이달 4일에는 533만주까지 늘어났다.

외국인 매도가 연일 이어지면서도 이 기간중 외국인의 대우조선 주식보유 비중이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은 공매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양상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

현대중공업은 지난달말부터 7~20%에 이르는 높은 공매도 비중을 보이고 있고, 외국인 보유비중 변화없이 대차거래잔고만 1주일새 30만주 이상 늘어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말부터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중이 3~16%에 이르고 있고, 24%대의 외국인 보유비중이 유지되는 가운데 대차거래잔고가 200만주 이상 급증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달 28일 33만2500원에서 이날 현재 27만원까지 추락했고, 대우조선은 4만2950원에서 3만5750원으로, 삼성중공업은 4만2200원에서 3만4250원까지 떨어졌다.

수주 취소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증권사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매도와 주가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공매도가 지닌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도 향후 실적 악화 우려가 제기되던 국내 대형 IT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공매도 물량이 집중되면서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장기 침체를 보인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주 취소라는 대외 악재가 얼마만큼 주가에 반영될 지와는 무관하게 수급 악재가 이어지는 한 조선주 약세는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며 "다만 반등 모멘텀이 나타날 경우 외국인의 숏커버링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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