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홍정민기자] 최근 이기준 신임 교육부총리 장남의 국적 포기 논란이 묘한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부 고위 공직자 임명 때마다 여지없이 자녀들의 국적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일겁니다.
이들의 자녀 대부분이 청소년기부터 외국에서 유학을 했기 때문에 외국에 정착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한데서 빚어진 현상입니다.
이제 해외 유학은 사회 고위인사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도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8학군` 물결을 따라 너도 나도 강남으로 이사를 가던 시절도 이제 옛말이 됐습니다. 특수목적 고등학교에는 외국 유학 대비반이 갖춰져 있고 상당수가 해외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습니다. 이제 부모나 자녀들이 강 아래가 아니라 바다 건너를 바라보고 있는거죠.
부자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아니, 부자들 사이에서 자녀 유학이란 이미 으레 밟는 자녀 교육과정의 수순이 돼버렸습니다. 은행 PB센터 고객들의 대부분이 자녀를 유학보냈거나 유학 계획이 있다고 합니다. 중·고등학생들이 조기 유학을 가는 경우가 가장 많고 해외 대학으로 진학하거나, MBA 등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도 상당수입니다.
부자들이 자녀를 유학보내는 것은 우리나라보다 월등한 교육여건을 경험함으로써 보다 넓고 트인 사고를 갖게 해주자는 이유가 가장 큽니다. 또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험을 축적해 사회인으로서 확고한 위치를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도 있구요. 기업들의 해외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사회생활에 있어 외국어는 물론 외국 생활 경험까지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축적한 양적인 부 외에 `해외 유학`이라는 번지르르한 간판으로 질적인 신분 상승을 이루고자 하는 불순한 이유도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같은 부자라도 출신성분(?)에 따라 유학을 보내는 비율이 다르다고 합니다. 교육열의 차이 때문인데요.
집안이 대대로 부유한 `고관대작형` 부자들은 지식교육보다 가정교육에 주안점을 둔다고 합니다. 이들에게 부(富)란 늘 있어왔던 것으로 `신분 상승` 보다는 `자산 관리`가 더 중요합니다.
공부는 잘 하지만 성격상 문제가 있거나 사회성이 부족할 경우 집안 재산을 쓸데 없이 탕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들에게는 더 크다고 합니다. 좋은 학교나 화려한 간판도 중요하지만 인성교육에 비해 덜 비중을 두고 있고 자녀 유학률도 당연시되는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스스로 노력해 부와 명성을 축적한 `자수성가형 전문직`, 혹은 `벼락부자`의 경우 자녀에 대한 교육열이 상당히 높습니다. 자신들이 밑바닥부터 경험했기 때문에 자녀들은 고등교육을 통해 탄탄한 기반을 쌓고 보다 높은 곳에서 시작하기를 바라는 거죠.
때문에 대부분의 자녀들이 조기유학을 갔거나 대학교육을 마친 후 유학해 학력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과정을 거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처럼 학업에만 주안점을 두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 은행 PB센터 관계자는 "자수성가한 부자들은 대대로 부자인 집안보다 학벌이나 학업성적에 대한 관심이 훨씬 높아 자녀들의 인성교육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녀의 실력이나 능력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부모들의 실망감과 상실감도 상당해 자녀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부모들을 자주 볼 수 있다"고 귀뜸합니다.
어쨌거나 부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유학은 대세입니다. 강을 건너고, 바다까지 넘어서는 교육열과 신분상승욕구는 부자나 서민이나 다 같은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