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현동기자] 개인파산 신청자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고 내달 23일 개인채무회생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신용회복위원회와 배드뱅크를 찾던 신용불량자들이 혜택이 더 많은 개인회생제도나 개인파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마음금융 배드뱅크에 대부를 신청하는 신불자가 하루 4000명을 넘어서는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배드뱅크 이용자들중 대부승인 후 선납금을 내지 못하거나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신불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불자들을 위한 법률상담소에는 배드뱅크나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중도에 포기한 신불자들이 개인채무회생제도와 개인파산에 대해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희망법률사무소 오명근 변호사는 "개인파산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뀌고, 개인회생제도가 알려지면서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했던 신불자 10명중 2~3명은 파산신청을 문의하고 있고, 배드뱅크 신청자들중에서도 선납금 납부후 일정한 소득이 없이 중도에 포기하고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제도에 대해 문의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음금융에 따르면 대부승인을 받아 선납금을 낸 이용자중 10% 정도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음금융 관계자는 "경기 부진이 이어지다 보니 선납금을 못내거나 개인적인 사정상 프로그램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며 "전산 프로그램이 완비되지 않아 연체율 집계는 못하고 있지만 선납금을 낸 이용자중 10% 정도가 평균 10만원 안팎의 원리금조차 상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음금융을 통해 채무조정을 신청한 이용자들의 평균 채무액이 1000만원임을 감안하면 평균적인 선납금은 30만원(원금균등형 기준)이고, 선납금 납입후 한달뒤부터 내야 하는 원리금은 월 10만1000원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개인워크아웃 신청자 숫자도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신불자는 총 2만9677명으로 전월에 비해 1934명, 6.1% 감소했다. 신청자들의 절반 가량이 월소득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으로 경기부진이 이어질 경우 이들의 연체율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신복위는 3개월 이상 연체시 개인워크아웃을 취소하고 있는데 전체의 10% 수준이 중도 탈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월말까지 개인워크아웃이 확정된 10만532명중 1만여명 정도가 중도에 채무조정의 꿈을 접은 셈이다.
신복위 관계자는 "연체율이 공개될 경우 장기적으로 이자를 잘 내고 있는 신불자들이 동요할 수 있어 연체율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명근 변호사는 "배드뱅크나 신복위에서도 어쩔 수 없이 연체하게 되는 이들에 대해서는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제도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올들어 6월까지 법원에 개인파산을 신청한 건수는 3759건으로 지난해 전체 신청건수인 3856건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개인파산제는 지난 62년 파산법 제정 때 첫 도입돼 97년 첫 신청자가 나온 이후 2000년 329건, 2001년 672건 등 1000건 미만이던 개인파산 신청자는 2002년에는 1335건, 2003년 3856건 등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파산이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채무자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면 법원이 심사후 개인의 재산을 정리하는 제도로, 개인이 다시 법원에 면책을 신청해 결격사유가 없는 것으로 인정받으면 빚의 전부 혹은 일부가 면제되고 다시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개인채무회생법은 담보채무 10억원, 비담보채무 5억원 등 15억원 이하의 빚을 진 채무자가 원리금을 갚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자체적인 채무상환 계획을 만들어 법원의 승인을 받은 뒤 원리금의 일정 비율을 갚으면 빚을 탕감받는 제도로 내달 23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