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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의 0과 1: 공실률 격차가 말하는 새로운 규칙[0과 1로 보는 부동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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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원 기자I 2026.10.10 07: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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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상가 공실률 5년 만에 최고 수준
명동·성수 등 핵심상권은 오히려 개선
외국인 소비 증가에 브랜드 출점 전략 변화
상권 양극화 심화…이젠 블록 단위 경쟁

[정윤선 알스퀘어 리테일 본부장] 명동 거리의 H&B스토어와 뷰티 편집샵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성수 연무장길에는 여전히 팝업 대기 줄이 늘어서 있다. 반면 강남대로의 한 상가 건물주는 후속 임차인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2026년 서울에서는 같은 도시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시간이 흐른다.

(사진=챗GPT로 생성)
(사진=챗GPT로 생성)
국내 리테일 시장은 ‘침체 중’이라는 게 정설이다. 내수 부진과 고물가, 소비 심리 위축이 겹쳤다.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서울 공실률은 9.4%로 5년 만에 가장 높다. 시장이 나빠지고 있다는 신호처럼 보인다.

그런데 같은 기간 명동·강남대로·성수·압구정·홍대 등 핵심상권 5곳의 평균 공실률은 8.5%다. 1년 전보다 오히려 1.9% 내려간 수치다. 상권을 어떻게 지정하냐에 따라 이 수치는 6.5%까지 떨어진다. 시장 전체는 후퇴하고 있는데, 특정 상권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것은 시장의 침체가 아니라 시장의 선별화(curation)가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정확히는 ‘양극화’다.

이 격차를 이끄는 것은 외국인이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1071만명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국인 카드 소비는 전년 대비 50.8% 증가했다. 단체 관광이 면세점에서 쇼핑하던 방식은 개별 관광 관광객이 뷰티.패션.뷰티,웰니스.메디컬을 직접 찾아다니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돈은 이들이 걷는 동선을 따라 움직인다. 동선 위에 상권은 채워지고, 동선에서 빗나간 상권은 비어 간다.

2026년 상반기 팝업스토어는 총 2130건이 열렸다. 전년 대비 44.9%나 증가한 수치다. 흥미로운 것은 위치다. 성수의 팝업수는 468건으로 늘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9%에서 3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용산은 666건에 165건으로 2.5배 증가, 명동이 속한 중구 역시 두 배나 늘었다.

브랜드가 ‘무지성’으로 성수를 추종하던 시대가 저물고 ‘외국인이 실제로 지나다니는 블록을 찾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브랜드는 더 이상 ‘출점 개수’를 경쟁하지 않는다. 이제 경쟁은 ‘어느 블록’을 차지하느냐로 옮겨갔다. 출점 전략이 전환된 것이다. ‘양(量)’에서 ‘질(質)’로, ‘많이’에서 ‘어디에’로.

이는 10년 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과거에는 “강남의 어딘가에, 명동의 어느 위치에, 홍대의 어느 지점에 낸다”는 지역 기반 출점이 표준이었다. 지금은 ‘강남대로의 어느 블록에’, ‘성수의 어느 골목에 팝업을 열까’라는 정밀한 선택의 시대다. 블록 단위, 심지어 건물 단위의 선별이 진행 중이다. 출점 건수가 아닌 성과 밀도가 새로운 성공의 지표가 되었다.

현장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성수의 한 건물주는 “빈 점포는 찾아보기 힘들고, 장사 안되는 매장의 대기 수요만 있다”고 했다. 명동에서 팝업을 운영하던 한 브랜드는 상시 매장 전환을 검토 중이다. 단기 실험을 넘어 장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면 강남은 공실률이 1년 새 6%p 넘게 개선됐지만 12.8%로 6대 상권 중 여전히 높은 편이다. 같은 강남 안에서도 대로변 대형 플래그십과 이면 중형 상가의 온도 차가 크다. 핵심상권 안에서도 블록 단위로 다시 한번 갈라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봐야 할까. 상권 이름이 아니라 블록 단위의 데이터다. 외국인 카드 소비가 어느 골목에 몰리는지, 요일과 시간대별 보행량이 어떤지, 방문객의 연령대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경쟁 매장이 어디에 있는지 같은 정보가 출점의 성패를 가른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것이 있다. 이제는 ‘출점하지 않기’도 전략이다. 동선 밖에서 싼 임대료에 끌려 들어가는 것보다, 데이터가 가리키는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명동의 대기줄, 성수 너머로 번지는 팝업, 강남 이면도로의 빈 점포가 같은 메시지를 던진다. 리테일의 미래는 양극화 속에서 읽힌다. 고객의 동선 위에 있느냐, 없느냐. 0과 1의 선택이다.

정윤선 알스퀘어 리테일본부장. (사진=알스퀘어)
정윤선 알스퀘어 리테일본부장. (사진=알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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