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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장관)은 지난 13일부터 5박 6일 일정으로 아프리카의 이집트·튀지니·토고·코트디부아르 4개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중국은 외교부장이 새해 첫 일정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것이 관례가 됐다. 올해까지 34년째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이 주도하는 서방 체제에 대응해 아프리카에 대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왕이 부장의 이번 아프리카 방문은 예년보다 더 특별할 수 있다. 중동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비롯해 국제적인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데 아프리카도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팔 전쟁 이후 예멘에서는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잇따라 공격하고 있는데 미국이 공격에 나서면서 ‘아프리카의 뿔’(대륙 동북부)이라고 불리는 인근 정세가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프리카가 중동 지역 등 분쟁에 중재를 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도움을 줌으로써 아프리카는 물론 세계적인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남아공 스텔렌보스대 국제비교정치센터의 팀 자혼츠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 외교부는 중동에서 새로 발견된 중재 역할을 더욱 강화하고 가자지구 전쟁을 논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공격이 이번 이집트 방문 중 의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하고 이-팔 전쟁 등 다른 국제적인 분쟁에 대해서는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중동 연구소의 존 칼라브레스 선임 연구원은 “이집트는 카타르와 함께 이스라엘 분쟁을 중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중국이 이집트 노력에 대한 관심을 표시하고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이집트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튀지니·토고·코트디부아르 방문을 통해 전체 아프리카와의 유대 강화도 모색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튀니지 방문이 대표적이다. SCMP는 “왕 부장의 튀니지 방문은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이곳에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일부러 지원하려는 의도로 보일 수 있다”며 “이는 중국을 튀니지의 친구로 만드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