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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챗GPT가 공개된 뒤 글로 물으면 대답해주고 그림 그려주고 시도 써주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을 주도할 것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은 오픈AI, 구글, 네이버 등 생성형AI의 거대 언어 모델(LLM·Large Language Model) 개발 회사나, 원료가 되는 데이터 병렬처리를 돕는 AI반도체·클라우드 회사들에 자본이 집중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훨씬 더 큰 시장이 애플리케이션에서 열릴 것이란 예상이다. 마치 아이폰 이후 앱 생태계가 열렸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전망은 앤드류 응 스탠퍼드 컴퓨터과학 교수가 지난 21일 저녁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최 대담회에서 언급했다.
응 교수는 제프리 힌튼, 얀 르쿤, 요수아 벤지오 등과 함께 AI 분야 최고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전 세계 10만 여명에게 오픈 플랫폼으로 머신러닝을 무상으로 강의한 선생님이기도 하다.
그는 구글, 바이두 등 빅테크에서 근무하다 랜딩AI라는 제조업 AI 활용을 돕는 기업을 창업했다. 특히, 1억7천만 달러(2191억 3000만원)규모의 ‘AI펀드’를 만들어 의미 있는 AI 애플리케이션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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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범용 기술…단순 연동은 가치 창출 어려워”
앤드류 응 교수는 “AI에 영원한 봄이 왔다”면서 “AI는 (키워드 중심의 인터넷 검색을 바꾸는 질문과 답변으로 바꾸는) 인터넷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AI는 범용기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자를 만드는 공장, 연료 효율이 중요한 해운 회사 예를 들었다.
그는 “피자 공장의 경우 피자에 치즈가 잘 골고루 분포돼 있느냐 사진만으로 보는 게 중요하고, 사진만으로 미리 재고량을 관리할 수 있는 것도 관심인데 이 프로젝트를 할 IT 과제가 500만 달러(64.4억원)나 든다면 엔지니어를 뽑기 어렵다. 이럴 때 저희(AI개발도구 제공 및 컨설팅 기업)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런 롱테일의 가치들이 앞단(LLM모델개발사, AI반도체 등)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확실한 사용사례(usecase)없이 오픈AI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연동만 하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응 교수는 “사진을 올리면 그림을 잘 그려주는 ‘렌자(lensa)’라는 앱이 있는데 처음에는 수익이 좋았지만 감소했다”면서 “다른 사람의 강력한 API 위에 그냥 입힌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애플리케이션 겨냥 ‘스타트업 성공 공식’ 전수
그는 ‘렌자’처럼 급속히 어려워진 회사도 있지만, AI커뮤니티가 개발 중인 개발툴들이 발전하고 있어, 생성형AI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가장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만든 랜딩AI나 한국의 뤼튼테크놀로지스처럼 개발툴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생기고 있어서다.
여기에 초거대AI 학습이용이 2020년 연평균 59.2억원→2022년 연평균 5.8억원→2030년 3.8만원으로 줄어들 것(출처: ARK’s Big Ideas 2023)이라는 전망도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긍정적이다.
응 교수는 “해운이나 교육 등에 AI를 적용하는 걸 돕는 개발사를 5년 전에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AI 펀드를 운영하며, 베어링AI(해운 회사에 연료 효율성을 10% 가량 높여주는 AI), 셀렉트 스타(생성형AI 개발을 위한 데이터 가공기술 업체) 등에 투자한 사실도 공개했다.
산업에 접목되는 AI 스타트업의 설립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앤드류 응 교수는 ①현업에서 뛰는 파트너(이를테면 해운사)와 아이디어 공유 ②아이디어에 대한 시장 수요 검증 ③프로토타입을 통한 기술 검증 ④CEO 선임과 추가 투자 유치 ⑤임원진 확충해 제품화 등의 절차를 제안했다.
그는 “이 절차에서 AI 기술에 대한 검증을 굉장히 빨리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기술적으로 강력한 팀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또 “금융이든 교육이든 파트너와 논의할 때 중요한 점은 해당 아이디어가 굉장히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AI 애플리케이션으로 성공하려면, 개발자와 기획자 간 열린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