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학폭 논란에 사의…부실 검증에 파문 확산(종합)

김범준 기자I 2023.02.26 15:37:25

경찰 수사권 독립 상징 기관에 檢 출신 인사 임명
내부 술렁이던 중 ‘자녀 학폭’으로 하루만에 낙마
인사 검증 ‘도마 위’…警 수사 수뇌부 공백, 청장 책임론도
대통령실 “인사 검증 한계 인정…개선 방안 모색”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57) 변호사가 자녀 학교 폭력 논란으로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급기야 대통령실도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정순신 변호사.(사진=연합뉴스)
정 변호사는 당초 26일 임기 시작일을 하루 앞둔 지난 25일 입장문을 통해 아들의 학폭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국수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국수본부장에 임명됐지만, 임기 시작 전에 사의를 표명해 공모 지원을 철회하는 방식을 택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임명을 취소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의 상징적인 기관인 국수본 제2대 본부장(치안정감)에 올랐던 정 변호사가 임기를 시작도 하기 전에 하루 만에 낙마하면서,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3만 경찰의 수사를 총 지휘하는 경찰 내 핵심 수뇌부 자리에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가뜩이나 국수본부장 자리에 경찰이 아닌 검사 출신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을 두고 경찰 조직 안팎으로 술렁이던 상황에서 부실한 인사 검증 의혹까지 겹치며 후폭풍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낙마 사태로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이 더욱 주목을 받게 되면서 국수본부장 자리는 한동안 공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경우 중요하고 민감한 수사 현안 처리가 지연되는 등 당분간 경찰 조직 내 수사 지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신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임기 시작 하루 전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2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모습.(사진=방인권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정부의 반복되는 ‘인사 참사’라며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 검증 라인의 문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녀 학폭 사건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추천한 윤희근 경찰청장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에 관여하는 대통령실과 법무부에도 책임론이 불거질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인사 검증에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 “합법적인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 내부에서 추천 절차에 대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번 적합하지 못한 후보를 추천하거나 나중에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상황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인사 검증의 절차·범위·과정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 “관련 법령 검토와 관계 부처 의견 청취 등을 통해 신속하게 후임자 추천 절차를 추진하고, 대행체제(수사기획조정관)를 통해 경찰 수사지휘체계에 빈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정 변호사의 자녀 학폭 문제에 대한 국회 교육위원회의 진상 규명도 예고했다. 학폭 가해자로 고등학교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던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22)씨가 현재 서울대에 재학 중인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정씨는 수시전형이 아닌 ‘수능 100%’로 선발한 정시전형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입장이지만, 검찰 고위직 출신인 정 변호사가 법적 전문성을 이용해 아들의 징계를 최대한 연기시켜 서울대 입학을 도우려 했다는 의혹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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