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송명석 신라젠 부사장의 대독을 통해 “간암대상 임상3상과 관련해 조기 종료 소식을 전하게 돼 주주들 및 기관투자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유감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이는 신라젠이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미국 내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DMC)와 무용성 평가결과 미팅을 진행한 결과 펙사벡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았다고 밝힌 뒤 나온 회사의 첫 번째 공식 반응이다.
펙사벡은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다. 암세포만 감염시키도록 유전자 조작을 거친 우두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한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부터 미국, 한국 등에서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해왔다.
신라젠 관계자는 “간암을 대상으로 한 펙사백과 표적항암제 병용요법 임상을 조기 종료키로 하고 앞으로도 이 방식으론 임상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무용성 평가에서 특별한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약효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향후 항암바이러스와 면역항암제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 임상 등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문은상 대표는 “우선 글로벌 임상 3상에 예정돼 있던 잔여 예산을 신규 면역항암제 병용 임상 및 술전요법(수술전 보조용법)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신라젠마저 글로벌 임상 3상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국내 대표 바이오벤처들의 신약개발 실력에 물음표가 뒤따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태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선 악재들과는 별개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연구개발 투자 규모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됨에 따라 연이은 기술이전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려의 지나친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