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에 대해 회계처리 위반이 있었다고 결론을 내리고 1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인 삼정·안진회계법인에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
조치사전통지서는 회계처리 위반으로 향후 제재 조치가 예상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기 전에 위반사실 및 예정된 조치 내용을 해당 회사와 감사인에게 안내하는 절차를 말한다. 감리위는 이달 중 열릴 예정이다.
금감원은 작년 4월부터 1년여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특별감리를 벌여왔다. 감리의 핵심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1년 설립된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상장 직전인 2015 회계연도에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부분이다.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에 대한 회계처리를 ‘장부가액’에서 ‘공정시장가액’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의문을 제기한 참여연대에 따르면 이러한 회계처리 변경으로 인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는 2900억원에서 무려 4조8800억원대로 17배 가량 껑충 뛰었다. 만약 회계처리 변경이 없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100억원대의 적자를 냈을 것이란 추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조치가 완결되지 않아 구체적인 위반 사실을 말할 수는 없지만 참여연대 등에서 제기한 문제를 조사했고 그 부분에 위반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보한 제재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도 밝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종속회사가 관계회사로 전환될 경우 지분가치 평가를 취득가액이 아닌 시장가액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측에선 회계처리 기준 변경에 대해 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해 종속사가 아닌 관계사로 전환되면서 지분가치 평가방식을 바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이오에피스에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한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을 절반(49.9%)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권리(콜옵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바이오젠은 이러한 콜옵션의 가치를 ‘0’으로 처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측의 주장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더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말 현재 에피스의 지분 91.2%를 보유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바이오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사인데도 지분가치 평가방식을 변경해 실적 눈속임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콜옵션 계약은 2012년에 이뤄졌는데 2012년부터 2014년까진 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로 인식하다 2015년 바이오에피스의 신약이 유럽에서 승인을 받은 후 갑자기 관계회사로 인식한 점은 회계처리의 일관성에 어긋난단 지적이 나온다. 콜옵션 계약은 2012년부터 있었고 신약 승인이 종속사냐 관계사냐를 결정하는 변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이러한 회계처리에 대해 감사인인 삼정 및 안진회계법인에선 감사의견 ‘적정’의견을 냈고 한국공인회계사회 역시 비상장사인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회계처리에 문제가 없단 의견을 낸 바 있다. 이에 따라 감리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감사인이 금감원과 논리 대결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