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경제부처를 취재하면서 느꼈던 것들이 있다. 새 정권이 들어선다. 정책 캐치프레이즈가 생기고 이에 맞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쏟아진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돈다. 과거에도 비슷한 정책들이 있었다. 이러다보니 정책 방안으로 나오는 것들이 비슷하다. 높은 곳에서 정책 방향이 결정됐다면 할 일은 두 가지다. 첫 번째, 과거에는 무엇을 했는지 살펴본다. 두 번째, 해외 사례를 뒤진다. 먹힐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금융위원회의 ‘코스닥 살리기’는 후자에 가깝다.
금융위원회가 ‘코스닥 살리기’에 나서면서 2년 전 없앴던 소득공제장기펀드, 일명 ‘소장펀드’를 부활하는 방안을 세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코스닥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에 돈을 넣을 경우 소득금액과 관계없이 소득공제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2년전 소장펀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생기면서 폐지됐다.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되면서 제도 존속기간도 2년이 채 안 된다. 당초 세금감면액 1200억원을 예상했으나 실제론 100억원대에 그쳤다.
2년전의 소장펀드는 총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연간 600만원 한도로 펀드에 5년간 투자할 경우 납입액의 40%(240만원 한도)를 소득공제하는 내용이었다. 5000만원 이하 근로자의 대다수가 면세자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가 약해 이를 전 근로자로 확대하자는 주장이다. ‘부자감세’ 논란 등은 차치하더라도 과연 코스닥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인지 의심스럽다.
금융위는 26일 ‘자본시장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 측면의 문제점으로 “코스닥 기업 특성상 위험감내능력이 있는 장기투자 성향의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필요하나 정책자금, 연기금 등의 코스닥 투자가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가 90%를 차지하는 시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달 20일까지 개인투자자 등의 거래비중이 88.3%로 가장 높은 반면 기관은 4.3%로 외국인(7.4%)에도 못 미쳤다. 코스닥에 기관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소장펀드 부활은 위험감내능력이 적고 단기투자 성향이 높은 개인투자자의 자금을 ‘소득공제’란 미끼로 장기간 묶어두겠단 것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이 외국인 공매도에 못 견뎌 소액주주들의 힘으로 코스피로 옮겨가는 마당에 말이다.
2006년에 폐지됐던 사업손실준비금 손금산입(비용인식)을 부활하는 것도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코스닥에 신규 상장한 벤처·중소기업이 당해 사업연도 소득금액의 30%내에서 ‘사업손실준비금’으로 적립하고 이를 비용으로 인식해 그 만큼 법인세를 적게 내도록 하는 것이다. 이후 5년내 손실이 나면 준비금과 이를 상계하고, 나머지는 5년후에 익금산입, 즉 이익으로 간주해 과세하도록 한 것이다. 쉽게 말해 5년간 과세 이연을 해주겠단 취지다. 그러나 이런식의 준비금 제도는 실효성이 의심해 계속 폐지해왔다. 기업이 법인세 지급을 미뤄 이자율 만큼 이득을 보는데 현재 이자율이 2006년 당시보다 훨씬 낮다.
더구나 그 목적이 우수 기업을 코스닥에 상장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실효성은 더욱 의심스럽다.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기업의 성장성만 인정받으면 상장이 가능한 ‘테슬라 요건’ 사례가 제도 도입 후 1년이 지나도록 왜 단 한 건도 없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기업이 다 성장한 후에야 상장을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기업의 법인세부터 걱정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가끔 정부는 정책을 잘 포장된 ‘종합선물세트’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어릴 때 먹어봐서 안다. 포장지가 화려하고 박스도 크고 탄탄한데 사실 안을 들여다보면 맛있는 게 없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말했다. 하나라도 제대로 된 실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