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여름 폭염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전기료 한시 인하 효과도 사라진 영향이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상승률은 올해 2월(1.3%) 이후 최고였다. 소비자 물가는 올해 5~8월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에 머물다가 9월 1.2%, 10월 1.3%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폭염, 태풍 등 기상 여건 탓에 농·축·수산물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렀고 올해 7~9월 정부의 전기료 한시 인하 효과도 소멸하면서 물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8.1% 올라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9월(10.2%)보다는 상승률이 약간 주춤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를 0.6%포인트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배추, 무 등이 각각 143.6%, 139.7% 급등했다. 상추(76.5%), 무(65.5%), 토마토(48.8%) 등도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국산 쇠고기(9.0%), 돼지고기(7.0%) 등도 10% 가까이 올랐다.
서비스 가격도 1.8% 상승하며 물가를 떠받쳤다. 전세가 3.4% 올랐고 하수도료(11.8%), 외식 소주(11.3%), 공동주택 관리비(3.9%), 고등학생 학원비(3.1%) 등도 평균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다만 서비스 가격은 작년 7월~올해 6월 1%대 상승률을 보이다가 7~9월 1.9%, 10월 1.8%로 소폭 낮아지는 추세다.
전기·수도·가스 요금의 물가 하락 효과도 9월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달 전기·수도·가스 요금은 전년보다 8.2% 내리며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내렸다. 전기료 한시 인하 조치가 적용된 9월에 -13.9%로 전체 물가를 0.64%포인트 낮췄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 영향이 반 토막 난 것이다. 휘발유·경유 등을 포함한 공업제품은 0.3% 오르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 상승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 하락 폭이 주춤해진 영향이다.
소비자가 자주 사는 142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생활물가지수는 1.0% 상승해 직전 달(0.6%)보다 상승 폭이 약간 커졌다. 2014년 7월(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것이다. 생선·조개류·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폭염 등의 영향으로 15.4% 오르며 9월(20.5%)에 이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10월 기준으로는 2010년(46.3%)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다. 다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1.6% 올라 상승률이 9월(1.8%)보다 소폭 축소됐다. 이 지표는 계절적 요인 등 일시적으로 가격이 요동칠 수 있는 농·축·수산물, 에너지 가격 등을 제외한 것으로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준다.
향후 물가는 상승 압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1일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6.1% 오르고 유가 하락 폭도 줄고 있어서다. 우영제 과장은 “농산물 가격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느냐와 석유류 가격 반등 등이 앞으로 물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