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硏 “시중 현금↑ 회수율↓..지하경제 커졌다”

이지현 기자I 2013.07.21 15:31:56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지하경제는 오히려 더 확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이 21일 공개한 ‘캐시 이코노미의 증가 지하경제 확대의 경고등’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화폐 발행 규모는 늘고 있지만 풀린 돈은 어디론가 사라져 잠겨 버리고 사람들은 카드 등 정보가 파악되는 거래보다 정보가 잘 파악되지 않는 현금 거래를 늘리고 있었다.

화폐 발행 잔액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시중에 현금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말 11.7%이던 화폐발행잔액 증가율은 올해 5월 말 14.9%로 3.2%포인트가 증가했다. 이렇게 풀린 돈은 회수가 안 되고 있다. 올해 1~5월 한국은행의 화폐발행액과 이 기간 한은으로 돌아온 화폐환수액의 비율(화폐환수율)은 76.4%에 불과했다. 이는 2007~2008년도의 95%대, 5만원권이 나온 이후의 80%대에 견줘 크게 낮은 수준이다.

화폐 유통속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실물경제 수준에 비해 화폐 발행액 규모가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와 동시에 화폐 한 단위가 생산 및 거래에 기여하는 정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카드 이용액 증가율 하락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카드(신용카드·체크카드·직불카드·선불카드 등)를 이용한 지급결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2.7%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3.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특히 개인 신용카드 사용이 더욱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4월까지 개인 신용카드를 이용한 지급결제 금액은 전년동기대비 8% 증가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동안에는 2.4% 증가에 그쳐 5.6%포인트 하락했다.

우리 경제의 캐쉬이코노미 비중 증가 움직임을 반영하듯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이 최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 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발표하는 국가별 지하경제 비중 자료의 제공자인 슈나이더 교수가 지난해 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지하경제 비중은 2000년 27.5%에서 2009년 24.5%까지 낮아졌지만, 2010년에는 24.7%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OECD 국가들의 지하경제 비중이 2000년 20.7%에서 2009년 18.3%로 낮아진 후 2010년에도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제적 흐름과도 차별화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비중이 상승한 시점이 2009년 하반기에 고액권 지폐인 5만원권이 발행되고 화폐 유통속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직후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캐쉬이코노미 확대에 따라 지하경제 비중이 더욱 높아졌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조영무 연구위원은 “캐시 이코노미 확대를 방지하고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려면 국세청의 재산추적기능을 강화하고, 조세회피방지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며 “불성실 납세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국민의 납세의식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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