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1년 12월 26일자 27면에 게재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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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삐죽이 솟은 머리카락은 항상 10개다. 동그란 하얀 얼굴에 네모난 까만 몸통을 가졌다. 혼자 있을 때가 많지만 똑같이 생긴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한다. 알록달록한 매화 꽃잎이 색동 띠의 대나무 사이에 엉겨붙어 있는 숲에 자주 간다. 주인을 닮은 강아지가 따를 때도 있다. 가끔은 하늘을 날기도 하지만 작은 배에 올라타는 것을 좋아하고, 오색 무지개나 회색 상자에 앉고 서는 것도 즐겨한다. 그러나 무엇을 해도 그는 한결 같다. 항상 웃고 있다. `동구리`다.
귀엽고 동글동글하게 생겨서 동구리란 애칭을 가진 이 캐릭터는 권기수 작가의 분신이다. 2001년부터 작가의 작품엔 어김없이 나타난다. 밝고 화려한 색채와 단순한 드로잉이 큰 윤곽을 만들다보니 동구리가 들어있는 그림들은 마치 팝아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동구리의 탄생배경은 이보다 심오하다. 미소를 띠는 한국불상의 얼굴에서 따온 형상이기 때문이다. 속세의 감정을 털고 유유자적하는 현자의 삶. 동구리는 작가가 투영한 이상형이다.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했다.
작가의 배경을 이해하면 그림은 첫인상과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동구리를 둘러싼 후경은 한 폭의 산수화다. `매난국죽` 사군자가 채워진 화폭 안엔 강과 배, 무지개와 구름, 꽃과 바람이 흔들린다. 여기에 웃고 살고 싶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 웃음조차 나지 않지만 허허롭게 웃어야 하는 현실을 반영한 역설적인 캐릭터가 들어있다. 뿌리 깊은 동양적 사상과 감성을 현대적으로 헤집은 겹겹의 장치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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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리는 열 살이 됐다. 동구리와 같이 나이를 먹어간 작가도 내년이면 마흔이 된다. 전시제목이 `리플렉션-명경지수(Reflection-明鏡止水)`가 된 건 그 때문이다. 고요하게 마음을 침잠시켜 자신을 성찰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이번에 새롭게 선뵌 `리플렉션 시리즈`는 작가가 좀더 진지하게 자기반성을 행한 결과물이다. 수면에 반사돼 거울처럼 비춰지는 이미지가 그 깨달음이다.
서울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에서 31일까지다. 회화와 조각, 영상과 설치 등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는 40여점의 동구리를 볼 수 있다. 02-51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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