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항공산업과 구조조정

이의철 기자I 2003.04.08 10:41:47
[뉴욕=edaily 이의철특파원] 9.11 테러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던 미국 항공사들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라크전쟁에 이어 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까지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항공업계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가깝게는 이라크전쟁과 SARS가 있고 다소 멀게는 9.11테러가 있었다. 미국 하아이안 항공이 9.11 이후 가장 먼저 파산보호를 신청한 항공사이며 가장 최근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북미지역 항공사는 에어캐나다다. 한때 세계 최대규모를 자랑했던 유나이티드항공사도 지난해 12월 이미 파산보호를 신청한 상태다. 파산위기에 처해있는 아메리칸항공은 최근 노조와 파일럿의 연봉 23% 삭감과 2300여명 감원에 합의해 주가가 1주일 동안 100% 급등하기도 했지만 파산위기를 완전히 벗었다고 보기 힘들다. 미국 항공협회는 올해 미국내 11개 항공사의 손실이 10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회계연도 전세계 항공업계의 적자는 300억달러를 넘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91년 걸프전으로 인해 팬아메리카와 이스턴 미드웨이 등 3개 항공사가 파산했으나 이번 이라크전쟁은 그보다 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가도와 맞물려 그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항공업계는 갑자기 닥친 9.11 테러와 이로 인한 경기위축, 값싼 항공권을 제공하는 인터넷의 등장 등으로 인해 존폐의 위기로 몰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대형 항공사들은 저가 공세로 나오는 사우스웨스트나 젯블루와 같은 중소형 항공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여기에다 이라크전쟁과 SARS가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외부적인 요인들이다. 내부적인 요인들은 어떤가. 파산보호를 신청중인 유나이티드항공사를 보자. 유나이티드 파산의 주된 원인중 하나는 과도한 인건비였다. 유나이티드의 조종사들은 연간 51일의 휴가를 가진데 반해, 컨티넨탈항공의 조종사들은 37일의 휴가만을 가질 수 있었다. 또 2001년 유나이티드의 조종사들은 월 36시간을 운행한 반면, 컨티넨탈의 조종사들은 같은 해에 49시간을 비행했다. 유나이티드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중 하나다.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매출의 50%를 임금 및 복지혜택으로 지불하면서 32억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역시 파산위기에 직면해 있는 아메리칸에어라인은 매출의 49%를 임금으로 지급하면서 35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반면에 컨티넨탈항공은 수입의 35%만을 임금으로 지급하면서 지난해 순손실은 4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델타항공은 수입의 40%를 임금으로 지불했다. 파산위기에 처한 항공사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강력한 노조와 이로 인해 고용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점을 들 수 있다. 경기가 악화됐을 때 비용절감을 위해 임금을 "낮추지도" 인력을 "짜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항공 산업은 경기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미국 경제가 점점 더 어려워질수록 항공 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며 그 속에서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신속한 비용절감과 경영쇄신이 없으면 미국내 상당수 항공사들은 수년내에 업계에서 사라질 운명이다. 구조조정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구조조정을 못하고서야 회사의 생존자체가 어렵다. 하기야 이는 비단 항공사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업이라면 어디나 안고있는 "딜레마"다. 그래서 더욱 구조조정이 어렵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