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AI전략위원회가 출범 1주년을 맞아 산업·과학·공공·국방 등 전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을 위한 99개 실행과제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로드맵을 제시했다. AI 3대 강국을 넘어 세계가 필요로 하는 ‘대체불가 AI 공급망 국가’로 가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방향은 맞다. 문제는 계획의 숫자가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지느냐다.
한국에 AI 계획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정부 부처와 위원회마다 전략과 로드맵, 육성계획이 넘친다. 하지만 기업이 데이터를 쓰려 하면 개인정보·저작권 규제에 부딪히고, 의료·금융 분야에서는 실증부터 쉽지 않다는 호소가 나온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과 용지가 필요한데 송전망과 인허가가 따라가지 못한다. 좋은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도 공공조달 문턱을 넘기 어려워 첫 시장을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I 경쟁은 계획서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 기업은 실제 서비스를 내놓고, 공장과 자동차·병원·물류 현장에서 데이터를 쌓으며 기술을 고도화한다. 한국도 모델 개발 숫자보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AI를 생산현장에 적용했는지, 얼마나 많은 규제를 풀어 실증과 상용화를 가능하게 했는지를 성과로 삼아야 한다. 위원회가 ‘AI데이터센터 심의 조정체계’를 만들고 데이터 표준화 및 연계를 추진하며, 자율주행과 산업의 AI 전환 계획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절차를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관련 부처가 얽힌 규제는 한 곳에서 신속히 판단하고, 안전 기준을 충족하면 일단 실증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정부 역할은 기업 대신 AI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기업이 투자하고 실험하고 실패를 겁내지 않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다. 전력망과 데이터 인프라를 과감히 깔고, 시장 진입을 막는 낡은 규제는 걷어내야 한다. 99개 과제가 199개로 늘어난다고 AI 강국이 되진 않는다. 현장에서 하나의 규제를 없애고, 데이터 하나를 더 활용하게 하고, 공장 한 곳에서 AI를 실제로 돌리는 일이 중요하다. AI 정책도 이제 선언과 계획 단계를 넘어 실행과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AI 3강’은 문서가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증명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