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4년 총선은 해운대가 아닌 서울에서 도전하겠다”며 “우리 당의 총선 승리, 특히 수도권 승리의 밀알이 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로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영남권 의원 가운데 수도권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은 하 의원이 처음이다.
하 의원은 9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한 달 전쯤 당에서 요청이 왔을 때도 이미 마음은 수도권에 출마하는 것이었다”며 “책임 정치 차원에서 굵직한 공약이 거의 완수된 지금, 서울 출마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당내 화학적 융합을 고려해 서울 내 지역구를 선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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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번 선언이 국민의힘 총선 출마 지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은 하 의원 외 몇몇 중진 의원과 물밑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더불어민주당보다 혁신경쟁에서 앞서갔다”며 “국민의힘 분위기가 ‘나를 희생하고 당 전체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꽤 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K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년 총선 위기감이 높아지고 총선에서 공천 혁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높아지면 (수도권 출마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 지도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진 의원의 수도권 출마가) 더 있어야 하고 더 이끌어가는 흐름을 지도부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 전당대회 당시 천하람 당대표 후보는 장제원 의원을 비롯한 당내 주류를 향해 수도권이나 호남 험지 출마를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 기반인 영남권 3선 이상 의원 가운데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 내 3선 이상인 국민의힘 의원은 하 의원을 제외하면 15명이고 충청권과 강원권까지 범위를 넓혔을 땐 23명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에서도 하 의원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도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있을지가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