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고조되는 이자 부담 가구 중심 가계소비 위축 가능성’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동향 조사 미시자료 분석 결과 올 상반기 중 매달 비소비지출에서 ‘이자 비용’을 지급하는 일명, ‘이자 부담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35.7% 수준으로 집계됐다. 2019년 상반기 32.2%에서 2020년 상반기 31.8%로 줄어드는 듯 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에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빚투(빚을 내 투자) 열풍이 불자 작년 상반기엔 34.8%로 치솟더니 올 상반기에도 1년 전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이자를 내고 있는 가구들은 고물가·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비를 줄였다. 9월 가계 체감도가 높은 생활물가 상승률은 6.5%로 전체 물가상승률(5.7%)를 상회했고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4.5%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7월, 10월 기준금리가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약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렸다. 예금은행 변동금리 대출 비중(잔액)이 78.5%(8월)로 높은 상황에서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91일물 CD금리는 26일 현재 3.94%로 약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9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전월 대비 0.39%포인트 뛴 5.15%를 기록했다. 2012년 7월(5.2%) 이후 최고치다. 가계대출 금리가 5%를 넘긴 것은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증가했지만 물가상승률을 포함한 명목 기준을 크게 하회했다. 올 상반기 명목 기준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12% 증가했으나 실질은 7.1% 증가에 그쳤다. 즉, 소득 증가의 체감도가 낮았을 것이란 판단이다. 특히 이자를 내는 가구의 명목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11.1%로 전체보다 낮았고 실질은 6.2% 증가에 그쳤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지영 현대연 동향분석팀 선임연구원은 “국내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이자 부담 가구를 중심으로 한 가계소비 위축과 이로 인한 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민간 고용시장 안정화를 통해 가계소득, 소비심리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 예상을 통해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